최성민 소장의 반론 잘 읽었다. 먼저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불쑥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하는 것이 실례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모 선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린다.

다음으로 학술대회와 연구프로젝트의 상관관계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듯싶다. 우리 연구프로젝트의 내용은 ‘문헌에 남아있는 한국 전통차 관련 자료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전통차 제다인들의 작업 과정을 취재, 정리하여 DB화’하는 작업이다. 제다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은 한국 전통차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재해석되어 우리 사회에서 널리 음용되고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우리 전통차의 우수성을 인정받도록 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맛있는 전통차를 만드는 것으로 문제를 축소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고, 나아가서는 차를 활용한 심리 치료나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포함된다.

그래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내부 연구진이 첫째, 우리가 역사 문헌에서 추출한 한국제다 관련 자료 DB를 제다인이나 한국 전통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둘째, 다양한 장점을 가진 한국 전통차가 커피와 같은 수입차에 밀리는 이유와 그 대책, 셋째, 차를 마시는 이외에 차를 활용하는 방법, 심리 치료나 정신적 안정과 같이 차가 갖는 웰니스적 가치와 그 적용에 대해 연구 발표를 하기로 하였다. 우리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박사연구원이 3인이다보니,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주제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외부 연구자에게 한국 전통차문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문제점 등을 짚어주는 발표를 부탁하였다. 그리고 학술대회 제목을 “한국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이라고 붙였다.

차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의미는 제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자료를 DB화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 전통차가 대표적인 기호음료의 입지를 갖게 하며, 차를 활용한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때문에 굳이 전통차 제다 경력만 수십 년이 되는 분들을 발표자로 초빙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목적의 발표에서 굳이 전통차나 전통차 문화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의 주제 발표에 대한 설명과 학술대회 주제의 명명에 이의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필자는 우리의 개별 발표와 그것을 포괄하는 학술대회 명칭에 큰 결함이나 불일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발표 내용의 완결성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함량 미달이나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반론하지 않겠다.

다음은 한 청중(그 분께서 실명을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청중으로 하겠다.)의 질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것이다. 최성민 소장은 지난 반론에서 해당 청중에 대한 나의 지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그분이 실망했다던가, 전문적이지 않다는 비평에 대해 비판한 것이 아니다. 내가 비판하는 것은 굳이 질의를 하는 자리에서 본인이 평가를 한 점, 그리고 그러한 평가 끝에 발표자와 토론자를 모두 ‘비전문가’라고 매도한 점이다. 우리는 그분께 우리 발표 내용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분은 오랜 제다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문헌 자료 DB나 전통차의 웰니스적 가치, 전통차의 유통 등에 대한 권위자도 아니다. 그런데 명확한 지적 없이 실망이라든가,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것이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그분이 우리 학술대회에 와서 기대한 내용이 있었고, 그와 관련된 내용이 없어서 실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에게 우리 학술대회의 의도에 대해 설명한 적도 없고, 또 그분이 어떤 의도와 내용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그분과 처음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그런데 본인이 원하는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평가를 내리고, 그것을 질의 시간에 표현하는 것, 그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토론자가 해당 청중에게 한 행동이 잘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소 과격했고 비판 받을 점은 있으나, 해당 청중이 먼저 무례한 행위를 했음을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당 청중 스스로 질의가 아닌 소회라고 했다. 그는 결코 질의하지 않았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기 바란다.

다음으로 ‘소기의 목적상’ 급조라는 표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내가 묻는 것은 ‘소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는 것이다. 최성민 소장이 우리 사정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학술대회를 개최한 구체적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소기의 목적이 있었나 싶어서 한 말이다.

다음으로 이 논란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겠다. 최성민 소장의 “나의 비판과 지적이 이 교수 팀의 연구사업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 외에 내가 무슨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혀주면 고맙겠다.” 상대방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틀림없이 본인의 잘잘못도 음미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교학상장’이라는 말도 있고,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은 있는 것이다. 최성민 소장은 본인이 권위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지적할 지위에 있을 뿐, 본인도 무언가를 배울 위치에 있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리고 지적도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보다는 약점이나 미비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데서 머무르고 있다. 그러한 지적을 당한 사람은 문제점을 직시하기보다는 감정이 상하게 되고, 결국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비난이요, 폄훼라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 최성민 소장은 우리 연구프로젝트의 원칙에 대해 “연구원측은 ‘기록은 하되 평가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고, 이 역시 매스컴에 보도되었다.”라고 하였다. 연구책임자로서 이러한 표현은 최성민 소장에게만 했고, 매스컴에 보도된 적이 없다. 보도되었다면 우리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말을 들은 제3자가 매스컴에 알린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 말의 본의에 대해 밝히겠다. 최성민 소장을 인터뷰한 김대호 박사는 몇몇 유명 제다인의 제다 기법에 대해 최성민 소장의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여전히 최성민 소장은 “진정한 ‘전통 제다’라고 할 수 없는 잡다한 상업성 제다를 분별하고 취사선택하는 평가작업”을 강조한다. 최성민 소장이 배척하는 그분들은 그러한 평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가 척박한 한국 전통차 제다 현장에서 힘들게 노력하고 계시는 그분들을 왜 상업성 제다라고 배척하고 배제해야 하는가? 전통이라는 말은 과거 제다 기법을 그대로 묵수하거나 복원하는 이들만 가질 수 있는 왕관인가? 일본이나 중국의 제다기법도 참고하여, 맛있는 차를 만들어내는 이에게는 전통제다라는 용어를 붙일 수 없는가?

나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전통차를 만드는 분들 모두 우리의 연구 대상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전통에 기반해야 하겠지만, 다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완곡하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굳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맛없는 차라면 소비자가 엄격하게 평가하고 결국에는 도태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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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 이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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