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6월23일 국립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 대해 (사) 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이에 학술대회를 주관한 국립순천대 이욱교수의 반론문을 싣는다. 본지는 본 학술대회에 대한 건강한 반론을 기대한다.<편집자주>

지난 6월 23일 필자가 재직중인 국립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 대한 모 선생님의 비평 글을 읽고 학술대회를 조직한 당사자로서 몇 가지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을 필요를 느꼈다.

먼저 학술대회의 개최 취지에 대해, 모 선생은 “한국 차의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그 현대적 의의와 활용에 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심층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이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한다. 하지만 그날 학술대회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우리는 문헌에 남아있는 한국 전통차 관련 자료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전통차 제다인들의 작업 과정을 취재, 정리하여 DB화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년째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칫 우리의 연구결과가 현장성이나 실용성이 없어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박제화된 지식의 집적에 그치는 것을 우려하였다. 지역에 소재한 국립대학으로서 지역사회,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생명력을 가진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구진 내부의 문제의식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한국 전통차의 발전과 활성화를 바라는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아직 연구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고민을 풀어놓고 해결책을 함께 강구해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학술대회의 취지를 밝혔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종합토론 자리에서도 좌장으로서 발표자와 토론자를 대표해 “이번 발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전 단계로, 다양한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하는 수준”임을 밝혔고, 다음 학술대회에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안을 담겠다는 약속도 하였다.

그런데 학술대회 중간에 한 청중분이 잎녹차가 외면당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하였고, 이에 대한 발표자의 답변이 본인의 생각과 달랐다. 그 분은 청중 질의 시간이 되자 질문이 아닌 소회를 밝히겠다고 하였고, 그 발언 와중에 “학술대회 수준에 실망이다.... 이 자리에 계신 발표자 토론자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8명에 달하는 발표자와 토론자, 그것도 수십 년을 차나 역사를 연구했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청중에 의해 비전문가로 매도되고 말았다. 이에 평소 그 청중과 안면이 있어 언행을 알고 있던 토론자 중 한 분이 모욕감을 견디지 못했고, ‘우리를 비전문가라고 평가하는 근거’에 대해 물었다. 다소 흥분하여 그 분의 평소 언행에 대해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다소 지나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 비판 전에 청중의 무례한 발언을 지적하는 것이 정당한 순서일 것이다. 모 선생은 마치 해당 청중의 인내심으로 사태가 무마된 것처럼 글을 쓰고 있으나, 다른 청중들이 ‘예의가 아니지’라고 항의하면서 해당 청중이 더 이상의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음은 전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모 선생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좌장은 토론자를 제어하거나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청중을 힐난하고 훈계하는 듯한 발언으로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였다.”고 하였다. 솔직하지 않은 글이다. 좌장은 분명히 토론자를 만류하였고, 사태를 진정하기 위해 개입한 것이었다. 좌장은 “잎녹차의 외면 이유에 대한 진단은 각자 다를 수가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든가, 상대방의 권위를 부정하고 나만이 권위자라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통차 관련 용어나 분류 기준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 전통차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발언을 하였다. 이 발언이 훈계조로 들렸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셔야 할 것이다. 훈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인다면 좀더 좋은 차, 맛있는 차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고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언론에 기고하려면 사실 확인이 우선일 텐데, 자신의 느낌만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소기의 목적 상’ 급조한 학술대회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남겼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급조된 학술대회라는 것도 본인만의 인상 비평이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없는지 ‘ ’를 사용함으로써 근거 없음을 밝히고 있지만, 굳이 뭔가 목적이 있는 학술대회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 선생이 생각하는 소기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다.

엄혹한 비평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공존이 전제될 때로 한정된다. 상대방의 노력이나 의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비평이 아니라 비난이나 폄훼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놓은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들의 노력이나 행동이 한국 전통차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부족하거나 미비한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보완점에 대해 의견을 주는 것이 한국 전통차에 먼저 발들인 선배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한 마디도 없다가 불쑥 언론에 기고해서 수준 미달이라고 꾸짖는 것은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한국 전통차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동행이 늘어났다는 달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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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학교 이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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