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지리산권문화연구원의 학술대회에서 ‘내용 빈약’을 지적하는 청중의 질의에 토론자가 인신공격성 폭언을 퍼붓고, 토론 좌장은 이를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청중의 질의를 힐난함으로써 국립대 학술대회의 격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23일 순천대 박물관 2층 시청각실에서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고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이 주최한 ‘한국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순천대학교 지리산권문화연구원 이욱 원장은 이 학술대회 개최 취지에 대해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차 산업과 문화가 발전해가는 과정과 그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 중, 전통차의 가치와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에서 계기가 되었다. 이에 한국 차의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그 현대적 의의와 활용에 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순천대 양정현 연구교수가 ‘한국역사문화 문헌 DB의 구축과 시공간적 통합모색 (한국차 관련 연대기 사료의 통합 사례를 중심으로)’을, 순천대 김대호 연구교수가 ’한국차산업 동향분석을 통한 과제도출과 대안모색‘, 부산대 이병인 교수가 ’전통차문화의 현대적 활용( 한국차문화의 현실과 과제를 중심으로)‘, 순천대 박미경 연구교수가 ’차문화생활의 웰니스적 가치‘를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이 4인의 발표 가운데 이욱 원장이 말한 전통차의 가치나 중요성은 물론 전통차 개념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더구나 이욱 원장이 밝힌 “한국 차의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그 현대적 의의와 활용에 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라는 이번 학술대회의 목적은 발표와 토론문에 그런 내용이 부족한 데다가 위 토론자의 인식공격성 폭언 사태로 얼룩져 버렸다.

학술대회 발표내용의 문제 부분과 분위기를 더 전하자면, 김대호 발표자는 한국 잎녹차가 외면당하고 있으니 떡차와 발효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한국 차 산업과 문화가 발전해가는 과정과 그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 중, 전통차의 가치와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에서 계기가 되었다.”는 이욱 원장의 학술대회 개최 취지와 배치되는 주장으로 들려서 전통차 및 전통 제다의 의의와 개념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였다.

이에 청중으로 참석한 청해진다원 김덕찬 대표는 잎녹차가 외면당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여 해결하는 것이 본질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의를 했고, 좌장 이욱 원장은 “잎녹차의 경쟁력 낙후를 말하기 보다는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라”는 취지의 첨언을 하기도 했다. 또 토론자로 참가한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장은 한,중,일 차문화를 다예, 다례, 다도라 부르는 것은 “누가 이렇게 나눴는지 매우 이상하다”면서 ‘한국 다례’를 ‘한국 다도’, 궁중다도, 규방다도, 선비다도, 선다도라 부르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학술적 근거 제시나 ‘다례’라는 명칭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런 탓에 녹차연구소장으로서 녹차와 다도의 수양론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거나,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중국 茶藝’, ‘한국 茶禮’, ‘일본 茶道’의 개념 구별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국립대 학술대회에서는 물론 품위와 상호존중의 원칙 아래 순수한 학술적 공방을 생명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달이 학술대회 말미에 벌어졌다. 마지막 청중 질문자인 청해진다원 김덕찬 대표가 “오늘 학술대회에 기대를 갖고 완도에서 순천까지 왔는데 한 마디로 실망이다. 학술대회 내용에 전문성이 결여됐다....."고 하자 단상에 토론자로 참석한 ㅈ교수(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제차산업문화전공과정)가 갑자기 큰 소리로 ”당신 15년전 호텔에서 ....한 은혜를 모르고...!!“라고 인신공격성 폭언을 쏟아내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였다. 이에 좌장인 이욱 순천대 교수는 인신공격한 토론자를 제지하거나 탓하지 않고 오히려 청중 질의자의 ”실망했다“는 말을 힐난하고 훈계하는 듯한 발언으로 분위기를 더 위축되게 하였다. 순간 일부 청중은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을지 일촉즉발의 불안을 느끼는 분위기였으나 다행히 질문자인 김덕찬 대표의 자제로 확전되지는 않았다.

학술대회의 주제와 거리가 있는 발표 내용 및 ‘전문성 결여’ 지적, 일부 토론자의 학술대회 격을 크게 떨어뜨리는 반학자적 거친 언동 등으로 볼 때 이번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의 ‘한국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 학술대회는 ‘소기의 목적 상’ 급조한 학술대회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한국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전통차 또는 전통 제다의 정체성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여 발표자들이 전통차에 대한 개념 파악을 하고 있는지 의심케 하였다. 따라서 ‘전통차의 현대적 활용’ 방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는 듯한 고민의 흔적은 ‘전통 차문화의 현대적 적용’을 발표한 이병인 교수(부산대)의 발표문에서도 느껴졌다. 그는 한국 차학이 정립돼 있지 않고, 차산업의 과학화와 현대화 및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말로써 전통차의 정체성 또는 전통차의 개념 파악 문제를 애둘러 표현했다.

최성민.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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