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빛 곰팡이가 핀 차 덩어리.
개나리빛 곰팡이가 핀 차 덩어리.

그해 여름 기억이 생생하다. 곰팡이 사건은 차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2011년 8월 3일

분명 실패한 작품이다. 1,000kg이 넘는 차 중에 보관 해 두었던 차 한뭉치가 옮기려는 도중 그 무게감이 다른 뭉치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뭉치를 보관해 둔 것을 풀어 헤쳐 보니 순간 아찔했다. 보관이 잘못 됐던지 아니면 수분이 덜 제거 되었던지 전체적으로 옅은 곰팡이가 확 피어 있었다. 뭉쳐진 차 덩이에는 단 한번도 경험 하지 않았던 노란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이걸 버려야 하나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긴 장마속에 마침 얼굴을 내민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 널었다. 기대반 우려반 다관에 물을 끓여 세청을 두번 하고 우려 마셨다. 곰팡이 냄새도 없고, 쉰 맛도 없고, 차 잎의 풋풋한 향기와 몇 해를 두고 발효 한듯한 깊고 순한 맛이 배어 있었다. 특히 쓴맛의 농도가 다른 발효차 맛보다 짙었다.

살짝 스친 곰팡이 차를 우려 마셨는데 몸에서도 별 반응이 없는 듯해 며칠간 이 차만 마시고 있다. 묘한 맛임에는 분명하다. 잠시 중국에 살면서 광저우 차 시장을 함께 다녔고 나와도 함께 차를 연구했던 보살에게도 이런 저런 이야기 없이 문제(?)의 차를 우려 드렸다.

“스님 이 차 맛이 전에 우리가 중국에 살 때 아주 값이 높다며 오래된 차라고 권해서 마셨던 차 맛 같아요.”

사실 나도 그 말에 공감을 하는 입장이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차를 마시고 또 마시며 혼자 실성 하듯 웃으면서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노란 개나리빛 곰팡이가 인체에 유해 곰팡인지 무해 곰팡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미각으로 느껴지는 것에는 아무런 부정적 느낌은 없고 몸에서도 별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개나리빛 곰팡이가 핀 차 덩이에서 우려낸 탕색.
개나리빛 곰팡이가 핀 차 덩이에서 우려낸 탕색.

그 곰팡이에 성분에 대해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 통화도 하고 차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었던 서울 종로에 있는 휴다인 대표와 통화를 했다. 그는 현재 중국 사천성 중경에 있는 서남농대 다학계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내가 현장에서 직접 익힌 경험들의 이야기와 그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이 일맥 상통했다. 그래서 더욱 차에 관한 지식은 그녀를 내가 신뢰하는 편이다. 개나리빛 곰팡이 이야기를 했더니 형광빛이 감돌면 그것은 독성이 있는 곰팡이라고 했다. 육안으로는 알 수 없고 꼭 알아내고 싶으면 곰팡이 균을 다시 키워서 미생물의 유전자 검사를 해야만 유해 한지 무해 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휴다인 대표와 오늘 통화에서 주고 받았던 몇 가지 이야기중 하나다. 한국에서 제법 잘 만들어진 발효차며 작설차를 시음하고 나면 차인들이 하나 같이 정말 차맛이 좋다라고 인정 한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라고 설명하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것이었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아니던가.원효 스님의 해골물 일화가 생각났다. 일체가 마음장난에서 일어나는 분별심이다. 차만 그렇던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과 생각들이 모두가 마음작용으로 좌지 우지 된다. 맛으로만 마시는 찻자리도 좋지만 차 맛을 통해서 우리들의 마음작용을 알아 가는 것이 본래 차를 마시는 뜻이 아니였을까. 선다일미.茶禪一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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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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