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는 열심히 기록했다. 차를 만들면서 그때 그때 세밀하게 반응 하는 나의 감정까지 기록했다. 차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 내가 찻잎을 대하는 마음자세와 찻잎이 나에게 주는 기운까지 감지되고 느껴지는 대로 기록 했다. 당분간 <차와문화>에 그런 생생한 기록들을 공개하려고 한다.

가장 첫 번째로 2011년 5월 30일 기록 된 글을 소환한다. 제목은 < 값진 실패, 발효차> 라고 적혀있다. 무엇이든지 실패를 통해서 좌절 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2010년 50kg의 찻잎을 왕창 망쳤다. 의도한 차 맛을 내기 위하여 1차 숙성 과정에서 띄우기를 하는 시간이 너무 오버 되었다. 당연히 잘 될 것이라고 너무 많은 량을 테스트 한 결과는 참담했다. 일년 내내 마음 한 구석 안타까움이 가득 했다. 누구에게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려서 마실 수도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공기가 들어 가지 않게 묶어서 보관 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밀쳐 두었다 해야 맞는 표현이다. 일년이 지난후 다시 제작한 금형을 실험하기 위해 작년에 망쳤다고 생각한 발효차를 가지고 덩이로 차를 찍었다. 차를 다시 2차 숙성 건조를 하고 나서 몇칠 후 마신 차 맛은 띠웅~~~~~~~~~~이다. 뭐야...이맛..?????????

도대체 뭐가 잘못 된 것인가. 작년에 내가 원하고 의도 했던 그 맛이 아닌가. 알 수 없는 발효과정. 알 수 없는 것은 어디 사람마음 뿐이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발효차 숙성 과정이다.

작년 그리고 지난 겨울. 50kg 발효차는 마실 수 없을 만큼 맛이 지금도 영 엉망이다. 하지만 금형을 실험 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작년 발효차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2차 숙성과 건조 과정을 마친 차에서 일어 나는 맛이다. 1차 숙성에서 차 맛을 결정 하고 판단 하는 것은 잘못 된 생각이었다. 인간관계에서도 금방 판단하고 결정 하고 분별 하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처럼 차 맛도 그렇다. 두고 두고 지켜 볼 일이다. 그래서 발효차 만들기는 참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덖음차 만들기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의 에너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발효차다. 덖음차도 마찬가지지만 발효차 역시 후각과 시각이 찰나를 놓치지 않는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한다. 뜨거운 햇빛아래 빠른 손놀림과 타이밍의 선택이 요구되는 매우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올해 차를 만들면서 제일 중요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일정정도 발효데이터의 확보다. 작년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차 맛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효차 숙성 과정의 시간과 환경적 요소 등을 새롭게 얻어낸 것이다. 발효차는 느리게 느리게 기다림이다. 무한한 창의성을 가진 예술품 처럼 발효차는 스스로 예술작품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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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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