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차 는 간결함과 명쾌함과 중도사상을 알게 해준 특별한 선물이다. 또한 차 맛을 알아 차리는 마음을 따라 내 안에 움직임을 간파 할 수 있었던 공부이기도 했다. 누구는 호흡을 통해 알아차림을 공부하고, 누구는 나처럼 한치오차 범위를 허용 하지 않는 차의 본 성품이 나를 공부 하게했다. 또한 나에게 차란 무엇인가. 다산과 초의 그리고 추사가 남겨 놓은 차향과 우정에 대해 기록된 이야기를 읽고 감동 받아 긴긴 날들을 함께하며 그 향기에 취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차는 홀로 가는 길에 큰 스승이 되었고 벗이 되었다.

차꽃은 늦가을에 핀다. 겨울부터 씨방이 형성되어 다음해 늦가을에 아물어 떨어진다. 작년에 달린 씨앗이 올해 핀 꽃과 함께 자라는 것이 차 꽃과 씨앗이다. 10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지난 해에 핀 꽃의 열매와 그 해에 핀 꽃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차나무를 흔히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부른다. 씨앗은 겨울철에 심는 순간부터 이듬해 여름 장마철에 싹이 나기까지 그리고 제자리에 뿌리를 내리기 까지 잡스러운 기운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이치와 순리를 따르며 자란다. 신기한 것은 봄, 여름 조용히 있다가 어느 날 장마철에 거짓말처럼 쑤욱 올라와 있다. 화학 비료가 가까이만 가더라도 다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차나무의 생명이다. 겨울 철 영하의 온도에서 죽었는가 했는데 몇 년이 지나면 말라 죽은 가지 사이로 새싹이 올라오기도 한다. 차나무에 화학 비료를 주는 일은 차나무의 향과 생명을 단축을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차는 각 산지 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시비(거름)의 근본과 량의 조절에 따라 차 맛도 다르다. 중국 무이산 찻잎으로 운남성의 품종인 보이차를 만들 수 없고, 운남성 보이차 품종으로 무이암차 대홍포를 만들 수가 없다. 더러 차 농가에 가면 차농들이 개발 했다고 하는 동방미인이나 청차를 만날 수 있다. 이 모두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찻잎으로는 우리나라에 맞는 차가 분명 있다. 우리 조상들이 기록에 남겨 놓은 차들이 우리의 고유 차들이다. 엽전차, 덖음차, 증차, 잭살이라고 불리우는 발효차 등등. 우리 선조들은 영리했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는 찻잎으로 동방미인 같은 차를 만들어 내지 않았는지 한번 정도 생각 해 볼일이다. 차를 만드는 농가에서도 중국차 맛을 흉내내려고 시간을 낭비 할 일이 아니다. 우리차를 좀 더 고 품격으로 제다해 내는 일에 온 마음을 바쳐야 한다. 돈을 벌 생각부터 하지말고 제대로 차 맛 내는 일에 정성을 바쳐야한다. 우리 고유의 차 맛을 더 연구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보이차가 성행하지 않던 시절 80년대에 우리 절집에 중국 소엽종인 용정차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나는 고민 해보았다. 용정차 품종으로 덖음차를 만든다면? 이것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다. 경북 청도의 씨 없는 감을 다른 지방에 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들었다. 그런것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차인들이 우리차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차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니고 중국차 가격에 비해서 높다는 이유가 멀리하게 하는 원인도 된다. 그것 또한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치룰 댓가다. 농촌의 높은 인건비, 차농들의 높은 기술력등을 다 인정해주어야 한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차도 고급차는 가격을 상상 못 할 정도로 높다. 좋은 차를 만들어 내는데는 분명이 일손과 시간이 그렇지 못 한 차에 비교하면 몇 배로 더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한다.

며칠 전 하동에 차인박물관이 생긴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인茶人이란 과연 어떤 사람들을 다인茶人이라는 할 수 있을까. 이 나라 차茶문화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며 스스로의 인품도 차향처럼 맑고 깨끗한 향기를 뿜어낼까? 여기저기서 알만한 차 단체에서 행사가 열린다 하여 달려가면 한 시간을 넘게 자신들을 위한 잔치를 한다. 초대해 놓은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행사는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포상 잔치였다. 한국의 차 농민들은 마음은 타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행동은 얼마짜리를 보이차를 마시고 어디서 누가 만든 차를 마신다, 어느 큰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사찰을 찾아 헌 다례를 했다는 자랑질이 대부분이다. 자칭 다인茶人이라고 앞세운 그들이 앞장서서 우리강산에서 자라고 만든 우리차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을 본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순전히 차농들의 몫이다. 보성과 하동의 차 농가에서는 지금 목이 타 들어가고 있다. 중국차에 밀려 차나무 밭을 갈아엎고 있는 실정이고, 정부 돈을 받아 만든 차 공장들은 기계를 멈추고 있다.

나는 홀로 선포한다. 올 한해는 우리차를 마시자. 우리차를 제대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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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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