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전통제다의 원류를 찾아서 製茶>는 국내 최초로 발간된 제다관련 전문서다. 1980년 후반부터 30여년 우리전통제다와 현대제다와의 접목을 통해 우리시대에 필요한 건강한 차를 제다해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그대로 묻어난다. <우리전통제다의 원류를 찾아서 製茶>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다뤄왔던 제다의 본령을 현장에서 30년 제다 경험속에 얻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제다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 1장 우리전통제다사 정립의 필요성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차의 맛을, 중국은 차의 향을, 일본은 차의 색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색, 향, 미 어느 것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없다. 다만 제다에 관한 연구가 가장 낙후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그 나라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또한 거듭된 연구결과 녹차에서 섬유를 뽑아 옷을 만들어 고가의 의류로 상품화 시키고 있을 정도로 차에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초의선사가 <동다송東茶頌>에 기록한 내용 중, ‘중국 육안의 차는 맛이 뛰어나고, 몽정산에서 나는 차는 약효가 높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차는 그 두 가지를 겸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차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말에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제다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제 2장 중국제다사

중국제다의 발전은 음다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제다는 덩어리 차에서 말차로, 잎차로 변화했고, 음다의 문화역시 끓여 마시는 자차법, 타서 마시는 점차법, 우려 마시는 포차법으로 변형 발전되어 왔다. 제다의 변화와 발전에 음다의 변화와 발전에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중국의 공차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제다의 역사는 공차貢茶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공차는 세계차의 제다사요 동양삼국의 제다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공차貢茶’는 옛날 중국 황실에서 황제와 황족들만 마시는 차를 특별히 제작하여 조공한 것을 뜻한다. 중국에는 황실에 아홉 가지의 품목을 납품하는 ‘구공九貢’제도가 있었다.

용단龍團의 용도는 황제와 집정, 친왕, 공주용 이었다. 봉병鳳甁의 용도는 그 외 황족, 학사, 장수를 위한 것이었다. 나중에 등장하는 소룡단은 채양이 만든 것으로 용단보다 소형으로 한층 발전된 제다법으로 만들어졌다. 청병은 낮은 온도로 살청한 차로, 쓰고 떫은맛이 많이 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깊은 맛을 낼 수 있고, 높은 온도로 살청하면 부드러운 맛이 난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낮은 온도로 살청한 차 보다는 매력 있는 맛으로 변하지 않는다. 요즘 고수(오래된 차나무) 차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도 많은 관심과 고가의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2018년 현지가격이 1kg에 5000위엔(90만 원 정도) 대단한 가격이다. 그런 잎이 우리나라에 오면 얼마나 하겠나. 그래서 진짜 고수찻잎은 만나기 힘들다.

제 3장 삼국시대 제다사

장백산 백산차, 김해 백월산 죽로차, 고구려 소형박편의 떡차는 우리나라 제다사의 첫 이정표다. 여기에서 장백산 백산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차가 아니다. 김해 백월산 죽로차와 고구려 떡차는 전형적인 우리 차의 이름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중에서 고구려 떡차는 우리차라기 보다는 중국의 차일 가능성이 높다. 고구려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는 차나무가 생산될 수 없는 지역이며 그 접경지역이 바로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국중 최고의 선진국이었던 고구려는 인근 중국에서 유입된 차 문화를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분군에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그림을 남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 백월산 아마도 죽로차는 그 명칭이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측면에서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제다된 차라고 추측된다. “김해 백월산에 죽로차가 있다”라고 명기한 것은 차나무의 이름이기 보다는 당시에 차의 이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가야지역은 우리 자생차나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해 백월산 죽로차는 공식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차 기술로 만들어진 차라고 생각되어 진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제다로 인해 다양한 차들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4장. 고려시대 제다사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차 이름은 뇌원차와 작설차등 매우 다양한 차명이 등장한다. 그 만큼 다양한 차들이 왕실이나 사찰에서 생산되었다는 또 다른 반증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도 중국처럼 차를 공납하는 제도가 있었다.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공납차는 일상화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왕은 각종 행사나 기념일등에서 중국 황실에서 생산된 용봉단차와 고려시대 왕실다원에서 생산된 뇌원차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그것은 중국의 제다노하우가 고려시대에도 상당부분 유입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런 점에서 고려시대는 한국차문화의 황금기였고 제다사의 황금기였다.

제5장. 조선시대 제다사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등에 기록된 조선시대 차 생산량은 초기와 중기 말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조선 초에 총 35개 곳에서 차가 공납되었고, 중기 이후 조금씩 변화를 거듭했다. 조선시대 전체에 걸쳐 거론되는 전체 차산지는 약 45개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상도 11개 지역, 전라도 34개 지역이다. 조선시대 역시 차는 공납제도를 중심으로 제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차 생산지역이 고려시대와 거의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 제다기술 역시 그대로 전수되어졌다고 보여진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차인중 한사람인 김시습의 <작설차>는 용단차와 우리의 작설차의 제다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김시습의 <차나무를 기르며>에 그같은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해마다 차나무에 새가지가 자라니, 그늘에 기르느라 울을 엮어 보호하네. 육우의 <다경>에선 빛과 맛을 논했는데. 관가에서 거두어들일 땐 일창일기만을 취하네”. 조선시대 역시 국가에서는 최고급품인 일창일기만을 공납 받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경>에 수록된 맛과 품류를 담아낸 한국식 용단차가 바로 작설차인 것이다.

조선 중기의 차 현황을 알 수 있는 글들이 다양하다. <다신전>을 비롯해 <다경>등 중국의 고전을 비롯해 다양한 차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고려시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역시 차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중국으로 부터 유입됐고 차를 좋아하는 사대부들이 대부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 다른 시대와 다른 것은 의학서에 차의 약리적 작용과 그와 연관된 혼합차를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박영보 논하는 차는 바로 초의스님의 떡차다. “하늘 위 달님인듯 용봉단 작게 빚자, 법제는 거칠어도 그 맛은 훌륭하네.”라는 대목은 초의스님이 소룡단 같은 작은 떡차를 제다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초의스님의 떡차는 중국의 용봉단차 보다 훌륭하다는 것은 금령 박영보는 <남차병서>에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제 6장 근 현대 제다사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근대 제다사에 대한 기록은 모로오까 다쓰오와 이에이리 가즈오의 <조선의 차와 선>과 김윤식, 안종수, 장지연, 이능화, 한용운, 문일평, 최남선, 박종화, 이은상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글에 많이 남아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굵직한 기록으로는 안종수의 <농정신편>, 장지연의 <농학신서>중 ‘차나무’와 <만국사물기원역사>중 ‘차의 기운’,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중 ‘조선차와 일본차, 다산과 초의’, 문일평의 <호암전집>중 ‘다고사 서문’, 최남선의 <최남선 선집 1,2,3,6,9 >중 ‘차, 도기, 농학은 어떻게 발달하여 나왔습니까, 다식, 백양산의 차나무 군락지, 차의 명절’ 이규태의 <개화백경>중 ‘쌍계사의 예쁜 다모’등이다.

김재생 교수는 <한국韓國의 전통차문화傳統茶文化에 대한 민속식물학적民俗植物學的인 연구硏究>란 논문에서 화엄사를 비롯한 사찰과 민간에서 근현대까지 존속해온 ‘일건번차日乾番茶’, ‘온돌번차溫突番茶’,‘부초전다釜炒煎茶’, ‘제충전차折衷煎茶’, ‘농여전다籠筎煎茶’, ‘전단차錢團茶’등 6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제 7장 -한국전통사찰제다의 맥을 잇다

사람들은 질문한다. 어떤 차를 골라야합니까? 쓴맛은 깊고 부드럽게, 산뜻하고 향기롭게, 머리는 맑고 온 몸을 따뜻하게, 자신의 깊숙이 숨어있는 질투심과 욕심까지도 버릴 수 있는 자기 본연의 심상으로 돌아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차. 그런 차를 만들고 싶다. 한 번을 덖어서 마무리하든, 다섯 번을 덖어서 마무리하든, 일곱 번을 덖어서 마무리하든, 아홉 번을 덖어서 마무리하든, 열두 번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차를 제다한지 몇 해 되지 않았을 때 노동의 『칠완차가』는 내가 만들어야 하는 차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한국 차의 발전을 위해 현대인들의 삶에 맞는 최상의 차를 만들어내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쓴맛은 깊고 부드럽게, 산뜻하고 향기롭게, 머리는 맑고 온 몸을 따뜻하게, 자신의 깊숙이 숨어있는 질투심과 욕심까지도 버릴 수 있는 자기 본연의 심상으로 돌아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차. 그런 차를 만들고 싶다. 이 책을 세상에 내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0년 넘게 제다를 하며 마음으로 몸으로 익혔던 것들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며 한국제다 수준을 함께 높여보려는 의도다.

도서출판 차와문화. 값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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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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