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본 차 여행의 묘미

오카야마. 구라시키 임형택l승인2018.01.27l수정2018.01.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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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인스타에서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차를 담는 단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둥그스름한 작은 단지 하나가 왜 그리도 제 맘을 흔들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그 사진을 올린 분의 인스타를 탐닉하다보니 맘에 드는 찻잔이 하나, 둘...

결국은 지름신을 이기지 못하고 판매도 하는지 쪽지로 여쭤보았는데 다행히 해외배송도 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아참, 인스타 친구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해외계좌로 입금을 해야했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어요. 이리 저리 끙끙대다가, 에잇- 그냥 말자...싶던 찰나에 그분이 사는 곳을 우연히 검색하게 되었는데...

너무 아름다운거예요. 구라시키, 처음 들어보는 도시의 이름이었죠. 문득... 어떻게든 여기를 한번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쉬는 날을 틈 타 훌쩍- 오카야먀 공항을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카야마편이 오전 8시, 인천행이 10시반. 하루에 딱 1편의 비행편밖에 없는 곳이라 저에겐 에누리없는 딱 24시간이 주어졌어요. 휑한 벌판이 펼쳐진 시골마을의 작은 공항. 시내로 가는 버스는 사람을 다 태울때까지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결국 벌떡 일어나 택시를 타고 움직였어요. 제게 주어진 24시간의 단 1시간도 그냥 낭비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구라시키에서 인스타에서 만난 그분을 오후 4시쯤 만나기로 했으니, 더더욱이 마음이 급했습니다. 오전내 오카야먀 구경을 마치고 구라시키로 이동...숙소에 체크인을 하고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12시까지는 관광을 마쳐야 했으니까요. 부리나케 가장 처음으로 간 곳은 오카야먀 성이었어요.

입장료를 내고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올랐는데, 오카야먀의 포근한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자...그제서야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 했지요. 성 안에는 성주들이 사용했던 문양이나 기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한층씩 내려오며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습니다. 성을 내려와 그 주변도 한번둘러보고요.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후락원)이라는 일본식 정원이 나타나요.

전형적인 일본의 정원입니다. 대단히 인위적이지만, 또 그래서 감탄을 자아내는 일본의 정원. 그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집이 있어서 들어갔어요. 입장료가 650엔이고, 또 400엔 정도를 내고 차를 마셔야 하는데, 뭔가 이중으로 돈이 나가는 느낌이 유쾌하지만은 않았지만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찻집에 앉아, 혼자서 골프장만한 정원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누리는 건 나쁘지 않더군요. (사진에는 분위기가 좋아보이는데, 사실 시설은 좀 낡고 별로 였어요)

느릿느릿 산책을 마치고, 구라시키로 이동하기 위해 역사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오래된 골동품점이 휙 하고 창밖으로 지나가는걸 포착하고는 기사님께 유턴을 부탁드렸어요. 골동품들이 가득한 가게안을 보고 잠시 흥분했는데...사실상 쓸만한건 없더라구요. 차샤쿠라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인연을 못찾고 나왔습니다. 아쉬운대로 옆에 있는 다른 차도구집에 들어가 향 2개를 선물받고 역사로 다시 이동. 오카야마에서 구라시키로 가려면, 저 노란기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데요. 영화속 한 장면 같은 오래된 기찻길도 그렇고, 농가들이 펼쳐지는 열차밖 풍경도 그렇고. 새삼스러울게 없는 익숙한 장면인데도 이날따라 참 새롭고, 설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도착한 구라시키는...

마치, 인사동을 도시 하나에 다 옮겨둔 것 같은곳이었어요. 지나칠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한 길과 오래된 물건을 파는 상점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제겐 천국같은 곳이었죠. 마른 목을 축이려고 잠시 들렀던 슬로우핸드라는 작은 커피숍에는 아저씨 한분이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저는 밀크티를 시켰어요. 맛이 꽤 좋았어요.

본격적인 동네구경을 체크인부터 마친 후에 하기로 하고... 제가 묵을 숙소부터 찾아 나섰는데요. 원래 이곳에 블로그에 알려진 유리안 이라는 료칸이 하나 있었는데, 만나기로 한 일본 인스타 친구가 다른 곳을 추천해주기에 그곳으로 예약을 했었지요. 요시이료칸. 한문으로는 길상여관이에요. 벽이 대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료칸. 언제 만들어졌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 오래된 나무바닥과 기둥을 하도 청소하고 닦아대서 반들반들 윤이 나는 그런 곳이었어요. 알고보니 만들어진지 100년이나 된 료칸이라고 하더군요. 료마가 자고간 방. 어쩐지. 낡은 전화기, 화병, 구석에 꽃혀있는 볼펜 하나까지...아주 오랜 시간동안, 마치 나 하나만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정성스럽고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입니다. 100년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곳이었지만, 갑자기 낯선 땅에서 하룻밤을 묵게된 철없는 여행객에겐 더할 나위없이 풍족한 공간이었습니다.

맘에 쏙 드는 료칸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내심 감사하며, 그리고 곧 만나게 될 그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궁금한 마음도 한가득 안은채로. 본격적인 구라시키 구경에 천천히 나서보았지요. 지붕, 신사, 계단, 나무, 구름. 모든게 완벽한 곳이었어요.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동네가 참 조용하고 예뻐요. 발길 닿는 곳곳마다 셔터가 절로 눌러지는 탓에 여행 간 중 최고로 많은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 두장만 선별하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죠. ㅠㅠ

천천히 함께 감상하면서 다만 조금이라도 느껴보신다면 바랄게 없겠습니다. 추천해준 도자기 가게를 혼자 힘으로 찾으려다가 실패하곤,인력거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는데... 덕분에 제 걸음으로는 닿지 못했을 더 아름다운 곳곳까지 빠짐없이 구경할 수 있었어요. 인력거 아저씨가 말하길, 이 마을엔 전봇대가 없다고.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밤이면 집집마다 촛불로 빛을 대신할 것 같은 마을이었어요.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강이죠. 예전에 이곳으로 쌀이며 곡물이며 배로 날랐다고 해요. 강이라기 보다는 운하에 가까운...배 체험을 하면서 잠시 신선놀음에 젖어볼까...고민도 했지만 어느새 친구를 만날 시간이 되어 포기하고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인터넷은 참 무서운거구나... 비행기를 타고 타국에서 이렇게 훌쩍 이 낯선 곳까지를 나를 오게했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나타난 드디어 만난 인스타 친구는...

당황스럽게도 그가 아니라 그녀였습니다. 당연히 남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여자분이라니!

 

글쓴이는 자하연한의원 임형택원장으로 차와 차도구 차인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임형택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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