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추사의 귀양살이 이야기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석한남 지음 이능화 기자l승인2017.08.31l수정2017.08.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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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유배는 사대부에게 큰 형벌이었다. 유배란 사대부에게 있어 사형을 제외하고는 가장 치욕적인 벌이어서, 패가망신하거나 가문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는 경우가 잦았다. 집안은 풍비박산 나고 가까웠던 친지·지우들이 고개를 돌리고 떠나기도 일쑤였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도 정치적 탄압과 박해를 받아 강진과 제주로 유배를 떠났다. 다산은 종교적 이유로 18여 년간 유배 생활을 했고, 추사는 정치권력의 패권 다툼으로 인하여 두 번에 걸친 10여 년의 유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유배지에서의 삶은 사뭇 달랐다. 답답하고 고된 유배 생활이지만 다산은 현지에서의 삶에 적응하고 다신계를 만들어 제자들과 차와 학문을 나누었으며, 심지어 유배 생활 도중 딸까지 얻었다. 그는 이 기간을 통해 걸출한 후학을 길러냈고, 일표이서(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로 대표되는 위대한 사상 세계를 창조해냈다. 그에 비해 추사는 현지 적응에는 실패했다고 할 만큼 제주의 토착 음식과 거센 환경에 몸서리쳤다. 그는 세속의 험난함에서 벗어나 신선처럼 살아가려 했던 소동파의 유배를 동경했으나, 자신은 그런 유배 생활을 하지 못했다. 유배 기간 내내 경주 김 씨 가문과 지인들, 제주목사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끝내 신분주의와 우월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지한 현지인들의 모습에 대해 개탄하거나 다른 서예가와 스님들까지도 서슴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역시 단절된 유배지에서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글씨를 재창조하며 독특한 추사체를 만들어갔다.

저자는 이렇게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유배지에서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원래 고문번역가로 사계에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그동안 천여 편이 넘는 방대한 조선시대의 간찰과 시를 번역하였으며, 이 책에서 다산과 추사가 가족과 친지 등에게 보낸 서신과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그들의 예술과 학문과 삶을 재조명했다. 이 책『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는 두 천재가 보여준 유배지에서의 생활과 학예연찬의 진실한 모습을 소개한 책이라는 점에서, 칭송 일변도의 기존 책들과 달리 두 천재의 새롭고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가디언. 값 15,000원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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