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문을 자하문紫霞門이라고 부릅니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생긴 별칭입니다. 자하문 밖에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삼계동 정자’가 있어 한양 제일이라 했습니다. 김흥근의 초대로 삼계동 정자를 둘러본 소치 허유 화백은 ‘산은 깊고 숲은 울창했으며 정자와 누대의 경치는 흡사 신선의 별장 이었다.’고 극찬했습니다. 사랑채인 현대루와 부속 건물인 중국식 벽돌건물, 월천정, 육모정에 수각水閣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이 수각이 유수성중관풍루流水聲中觀楓樓입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누각’이라는 멋진 이름입니다. 바닥이 한 평 정도 되는 작은 사각 정자입니다. 화려한 투각판을 기둥 귀퉁이마다 세웠고 지붕에는 동판을 붙인 청나라식 정자입니다. 소치는 ‘계곡 위에서 솟은 샘물을 수각 아래로 흐르게 하였는데 족히 수천금이 들었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김흥근이 정성을 들인 정자였습니다.

이 별장에 눈독을 들인 대원군이 권력으로 자신의 손에 넣고 이름도 자신의 아호를 따서 ‘석파정’으로 바꿉니다. 그 뒤 오랜 세월 몇 번이나 바뀐 주인을 알아 무엇 하겠습니까. 깊은 산골처럼 호젓한 정자에 앉아 있으면 세상도 주인도 잊게 됩니다.

늘샘 김영택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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