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홍차를 마실 때면 기존 녹차의 다구와는 구별되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홍차용 다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녹차용 다구가 단아하고 절제된 조형성을 지녔다면 홍차다구는 서양적 장식과 문양 그리고 조형적인 면에서 화려하다. 찻자리의 셋팅도 녹차다구의 셋팅과는 많이 다르다. 오늘날 서양 홍차다구의 형태가 정립 되기 전까지 중국의 도자기와 녹차다구가 미친 영향이 대단히 크다.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홍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의 도자기는 여러 유럽 국가들에게 전파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만들어간 홍차다기들의 찻잔들은 그 기형이 중국의 녹차잔과 동일한 모양의 형태로서 낮은 잔과 받침접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19세기 들어서야 오늘날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손잡이가 부착된 커피 잔과 홍차 잔 모양을 지닌 찻잔으로 변모한다. 18세기 중엽부터 영국에서도 동인도 회사를 통해 직접 중국의 홍차를 수입해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홍차시대가 열린다. 홍차를 음용하기위해서는 홍차용 다기들이 필요로 했다. 이들 유럽 국가들에서는 중국의 차 문화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발달된 녹차용 다기들을 모태로 하여 홍차에 걸맞는 홍차용 다기들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경덕진에서는 유럽 상인들의 요구에 따르는 대량의 홍차용 다기생산이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대부분 경덕진에서 생산되고 있었던 중국 다기들과 구분이 잘 안될 만큼 비슷한 다기들을 구매해갔지만 차츰 유럽 현지 수요자들의 차 생활에서 어울릴 수 있는 요소들이 반영된 유럽풍의 기형과 문양들이 요구에 따라 부분적으로 만들어 졌다. 이때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했었던 다기는 청화자기와 분채粉彩기법의 채색된 홍차용 다기였는데 차호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형을 바탕으로 약간씩의 변형을 주면서 기존 중국의 도자기들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여러 문양들을 조합해서 사용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광동에서는 광채廣彩라는 수출용 도자기가 등장한다. 광채란 경덕진에서 순백자 다기들을 만들어 광동으로 운송하여 이곳에 머무는 유럽의 상인들에게 백자위에 경덕진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분채粉彩기법의 채색기법을 이용하여 손쉽게 주문된 문양을 그린 뒤 저온 소성하여 수출했던 유상채자釉上彩瓷다기들을 말한다. 차츰 광주廣州와 산두汕斗 그리고 조주潮州 등지에서도 경덕진에 비해 비교적 질은 낮지만 백자를 굽기 시작했다. 이후 수출용 다기들은 광동에서 완성시켜 수출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 한다.

영국보다 앞서 17세기 중국의 도자 기술을 받아 들여 이미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던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홍차문화의 번성과 맞물려 만들기 시작한 홍차용 다기들이 유럽시장을 잠식하면서 중국에서의 수입은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중국 광동의 값싼 다기들 위주로 수입되어 사용되었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국내용으로 사용되는 차호의 물대 안쪽에는 작은 걸름 구멍이 없으며 하나로 뚫어져 있는 통구멍으로 되어있었다. 유럽인들에 의해 차호의 물대 안쪽 벽면에 걸름구멍이 만들어졌다. 중국에는 19세기 후반 들어서야 차호 안쪽에 작은 걸름 구멍을 만들기 시작한다. 동양의 도자기로부터 발전의 불씨를 얻은 유럽의 각국에서는 이후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도자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며 홍차를 선호하는 유럽인들의 기호와 정서에 알맞은 훌륭한 다기들을 만들었다. 따라서 더 이상 중국도자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많은 유명 도자기 브랜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유럽의 고급 도자 시장에서 중국의 도자기를 압도하고 있다. 이번에 오무향갤러리에서 전시되는 홍차다구들은 홍차다구의 최고전성기였던 청대의 다양한 홍차다구들이 소개된다.

오무향갤러리|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파사성 2길 14- 31번지. 031- 882.0603. 개관은 오전 11시 -폐관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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