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솜씨로 팽주가 차를 우린다. 눈을 감고 무이산 ‘산장설 수선’을 마신다. 입안 가득 무이산 천혜의 기운을 품은 ‘암골화향’이 밀려들어온다. 반교목 수선차 특유의 색. 향. 기. 미가 조화롭게 전달된다. 한잔을 마신 후 찻잔에 남겨진 잔향을 음미한다. 코끝으로 단맛과 다양한 꽃향기가 일렁인다. 마치 봄이 온 것 같았다. 추운겨울을 녹이는 황홀한 기쁨이 몰려온다.

11월 22일 신라호텔 영빈관 국제발효차연구원 김영숙 원장이 주관하는 무이암대홍포품다회가 오전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렸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아침일찍부터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150여명의 차인들로 북적거렸다.

팽주의 손에서 두 번째 차인 ‘산장설 육계’가 우려져 나온다. ‘또르륵!’하는 소리속에서 향긋한 농향과 계피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산장설 육계는 현지 산지의 특성을 한층 더 강화한 육계품종으로 계피맛이 주인인듯 싶었다. 상큼함 뒤에 이어지는 단맛에 여기 저기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번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세 번째 차가 등장했다. 바로 ‘전장/ 2016제월대전대홍포’였다. ‘제월대전대홍포’는 2,000년 전부터 매년 음력 8월 15일에 무이산에서 가장 좋은 차로 제사를 지내는 ‘이차제월’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제월의식중에 가장 중요한 행사가 바로 ‘전장대홍포’상자를 개방하는 것이다. ‘전장대홍포’는 차 수확을 끝낸 후 더 좋은 차맛을 위해 금방 만든 대홍포 햇차를 상자에 넣고 봉해둔다. 나무상자에 쌓여있는 ‘전장대홍포’를 개방했다. ‘전장대홍포’개방행사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의식이었다. 그리고 각 테이블에 있는 팽주들에게 전달됐다. 팽주가 정성스럽게 ‘전장대홍포’를 우려냈다. 영빈관 전체에 암골화양의 향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차 한잔을 마셨다. 순수한 화과향기와 부드럽고 깔끔한 단맛이 긴 여운을 준다. 이것을 ‘전장대홍포’의 복합형 화과향기, 농순감유라고 칭했다.

김영숙 박사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또 특별한 것들이 함께했다. 티월드 김정순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행사에서는 또 국제발효차연구원 김영숙 원장과 이신자, 이낙구씨가 공동으로 화정다례원 신운학원장, 중국 국제 차문화연구회 동계경 고문등에 대한 진다례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신향업유한공사 석계 연구원과 왕명미 조리향도사의 향도표현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번행사를 주관한 국제발효차연구원 김영숙 원장은 “차 생활 20년의 세월속에 어렵고 힘들고 가슴 아플때마다 힘주시고 어루만져 주신 따뜻한 마음과 손길은 가슴 한 자락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팔순을 넘기신 신운학 스승님과 동계경 스승님, 고희를 바라보고 계시는 정금귀 스승님께서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두손 모아 정성스럽게 대홍포 한잔을 올리고자 아름다운 찻자리를 준비하였습니다. 아울러 해마다 최고의 차와 문화로써 많은 다우님들과 아취있는 품다회를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려 6시간에 걸쳐 진행된 품다회를 마치고 나오자 온 몸에서 무이산 천혜의 기운을 품은 암골화양이 세상으로 번져나간다.

SNS 기사보내기
윤미연 기자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