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셋』은 1888년에 작곡된 말러의 ‘거인’을 시작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33곡을 소개한다. 비교적 지금과 가까운 시기에 작곡된 곡들이라 작곡가와 곡명은 모르더라도 귀에 익숙한 음악이 많을 것이다. 가령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에 빈번히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나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 썼던 음악인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는 음악 자체가 우리와 친숙해진 경우다. 문학수는 이전 책들에서도 그랬듯이 각 곡이 우리네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서두를 떼며, 음악적 구조를 설명하기보다는 작곡 당시 음악가들의 삶과 곡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 독자 스스로 상상하며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체코의 야나체크, 영국의 엘가, 스페인의 파야, 러시아의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음악가들의 음악이 소개된다는 것이다. 특히 각 국가별로 겪었던 정세와 변화 과정을 담아낸 음악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역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작지만 강한 국가로 알려진 핀란드가 1809년부터 러시아의 지배 아래 놓였을 당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의도로 작곡된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활동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에 대한 글들이 그러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은 첫 권을 내던 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 같다. 음악을 실제로 들으라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한 곡이라도 반복해서 애지중지하며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좀 더 가까워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완간하며 내놓는 이번 책에서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바로 어느 곡이든 “마음 가는 대로” 들으라는 것이다. ‘더 클래식’은 세 권으로 나눠 작곡 순서대로 배치했지만 교과서 보며 공부하듯 차례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책 이곳저곳을 뒤적이다 눈과 마음에 들어온 곡을 먼저 들으면 된다. 그러다보면 ‘더 클래식’을 발판 삼아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클래식 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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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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