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상인의 가치’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상인 집단은 평화와 풍요의 확산, 혁신과 효율의 증대를 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최대의 이윤을 올리려는 욕구와 배타성도 두드러진다. 지난 30년간 마땅한 견제 세력 없는 상인 집단의 패권이 지속되면서 경쟁, 유연성, 이윤을 맹신하고 다른 여러 가치를 희생시키는 질서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극심한 부의 격차, 불평등, 불안정이 그 부작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상인 지배 체제의 맹점은 극명히 드러났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처방과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가결된 후 전 세계에 후폭풍이 거세다. 정확히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지만, 한 시대를 이끌어 온 미국-EU 패권과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미국 대선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아웃사이더’ 트럼프와 샌더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에서 보이는 군국주의 부활의 조짐… 이 모두는 2008년 금융 위기와 더불어 세계 질서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발 딛고 선 지축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에는 풍경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는 오늘날 막강한 힘을 지닌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지금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뿌리에서 뻗어 나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저자는 여러 시대 속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역사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연결함으로써 지금 세계가 전형적인 격변의 징후로 가득 차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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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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