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의 요리를 물로 조리한다. 물로 조리하면 재료가 가진 최상의 풍미를 나타낼 수 있고 서로 섞이어도 각각의 풍미를 맛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는 다르게 요리가 한 상 가득히 차려진다. 한 상 가득히 차려져도 차 없이 가진 요리를 다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시려면 상을 물리고 새로 다과상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차를 마시는 것이 중국처럼 일상의 일이 아니다. 지난 회에서 말했듯이 집을 나설 때 차를 담은 물병을 가지고 하루 종일 물로 마시지만 우리나라는 차를 마시자면 따로 자리를 만들어 차를 마신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은 물을 마시자는 차이고 우리나라는 차를 마시자는 차이다.

차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게 된 원인은 바로 물이다. 물이 서로의 식생활을 바꿔 놓은 것처럼 차를 만드는 방법도 그렇다. 식생활이 다른 우리에게는 중국의 방법으로 만든 차는 오히려 몸에 부담스럽게 작용을 해 속이 쓰린다든지 어지럽다든지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옛 사람들이 무조건 중국의 제다법을 따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약성이 뛰어난 차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까 생각했을 것이고, 차의 한한 성미를 다스려 부작용 없이 마실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연구하여 차의 성미를 다스리는 방법을 생약재의 성미를 다스려 약재를 만드는 방법인 수치포제법修治炮製에서 그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구증구포九蒸九曝이다. 구증구포는 한약재를 법제하는 수치포제修治炮製의 방법 중 대표적인 방법이다.

수치포제修治炮製는 한약학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학문으로 발전하여 자리하고 있다. 수치포제는 말 그대로 불을 이용해 약재의 성미를 다스리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크게 나누면 물을 끓여 익히는 증제법과 뜨거운 솥에 덖어 익히는 덖음법이 있다. 그밖에 여러 가지 불을 이용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차와는 먼 방법이니 제외한다. 그러면 차와는 별 상관없는 구증구포九蒸九曝를 우리나라 차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내세우는 의미를 먼저 알아보자. 구증구포는 수치법修治法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솥에 물을 끓여 그 수증기로 익히기를 아홉 번 한다하여 구증구포다. 이것이 어떻게 차 만드는 방법이냐 아니다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우리가 증제차라고 하는 차는 이 방법을 사용 하였다고 보면 된다. 다만 횟수의 문제인데 증제차는 아니더라도 장흥 보림사에서 다산이 청태전을 만들 때 시루에 3번 쪘다는 기록이 있다. 그건 세 번이지 아홉 번이 아니지 않느냐 반문하면 어리석다. 구증구포의 숫자 구九는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 아홉이 아니다.

옛사람이 생각하는 아홉은 가득찬 수 즉 만수滿數, 완성의 수數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흔히 무슨 일을 할 때에 적어도 세 번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안되면 삼 세 번 해야지. 이런 말을 쓴다. 세 번은 아홉의 기본수로 찻잎같이 얇은 상태의 재료는 세 번 이상 찌면 뭉글어져 의도한대로 만들 수 없으니 세 번 쪄 성미를 다스린 것이다. 그러나 인삼같이 몸통이 굵은 것은 아홉 번 찌기를 거듭한다. 재료의 상태에 따라 다루는 방법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홍삼을 만든다. 그렇게 하면 성미가 다스려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다스려진다. 인삼을 쪘다 식히기를 계속하면 홍삼이 되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인삼에 무엇을 첨삭하지 않고도 홍삼이 되었을 때 인삼과는 다른 약재처방에 쓰인다. 상식선에서 말하자면 인삼은 속에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이 섭취하면 부작용이 일어나는데 홍삼은 아무나 섭취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이것이 바로 성미를 다스린 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깊이 말하자면 한편으로 구증구포를 한다하여 다 홍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구증구포를 한다해도 성미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그저 솥에 찌기를 숫자 세기에 급급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구증구포를 하는데도 원리가 있고 원리에 적합하게 법제하여야만 홍삼이 된다. 아홉, 구라는 숫자는 완성수이니 만들고자 하는 것이 완성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다. 홍삼만드는 방법을 보면 첫 번째 인삼을 잘 익도록 찐다. 잘 익은 인삼을 꺼내 채반에 널어 식힌다. 인삼이 차게 식었을 때에 다시 두 번째 솥은 익힌 인삼이 뜨겁게 될 때까지 쪄서 꺼내 채반에 널어 다시 차게 식힌다. 그러기를 인삼이 투명해지면서 붉게 변할 때까지 거듭한다. 그렇게 해서 그늘에 말리면 홍삼이 된다. 왜 이렇게 홍삼 만드는 방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냐 이는 구증구포의 원리에 바로 우리나라 차인 덖음차 만드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차와문화 구독문의 070-7761-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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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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