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 가지 짚어보고 가자. 품평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차는 먹는 음식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품평하는 조건이 있어야하고 차가 가지고 있는 차의 종류의 각각의 특징에 따라 또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먼저 음식을 품평하는 기준이라면 각 음식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조건 하에서 해야 한다. 차게 먹어야 하는 음식은 차겁게, 뜨겁게 먹어야 하는 음식은 뜨겁게 각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건에 맞춰놓지 않고 품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하자면 차를 품평하는 데에 있어서 증제차는 증제차가 맛있는 조건으로, 덖음차는 덖음차가 맛있는 조건으로, 중국차는 중국차, 한국차는 한국차의 조건으로 각각 차의 특징에 따른 품평을 해야 변별력 있게 가려진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녹차를 품평하는데 홍차 품평조건으로 한다면 할 수도 없겠지만 한다해도 제대로 된 품평이라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중국품평기준으로 우리나라 차를 품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이는 같은 녹차를 만들더라도 중국의 녹차와 우리나라의 녹차는 쓰임새도 다를뿐더러 추구하는 맛과 향이 전혀 다른 차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차를 품평하는 이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각설하고 많고 많은 차 중에 다른 차는 다 놔두고 녹차 제다법을 가지고 이 글을 이어쓰고 있는 것은 한, 중, 일 삼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차의 대부분이 녹차이기도 하지만 차를 만드는 가장 기본이 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가장 예민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는 중국의 녹차가 그렇게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번호에는 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밀접한 우리나라의 차 제다법에 대하여 풀어가려고 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가장 영향을 준 것은 역시 물이다.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한 우리나라는 물이 좋기에 중국과는 다르게 모든 음식은 물로 조리하는 법이 발달해 그에 따른 말도 발달했다. 삶고, 데치고, 우리고, 찌고, 덖고, 고는 등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따른 어휘도 같이 발달했다. 그 중에 우리가 차를 만드는 방법에 사용되는 것은 데치고, 찌고, 덖는 이 세 가지 말이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덖는 방법이다. ‘덖는다’라는 말은 뜨거운 솥에다 식재료인 식물을 식물이 가지고 있는 제 수분으로 익힌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지금도 전남지방이나 경남 일부 지역에 사시는 노인분들이 ‘콩나물 좀 덖어라’‘시금치 좀 덖어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콩나물이나 시금치를 익힐 때 물을 넣지 말고 제 수분으로 익히라는 말이다. 어떤 재료에 무엇을 첨삭하지 않고 요리를 한다는 것은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풍미를 발현시키는 대단히 훌륭한 요리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차를 두고 덖음차라고 하는 것은 차를 만드는 방법이 덖음 방법으로 만든 차란 의미이다. 구태여 중국의 말을 빌어와 부초차, 즉 솥에 볶은 차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말에 볶는다는 것은 마른 것을 뜨거운 솥에 넣어 익히는 말이지 습기가 많은 생잎을 익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덖는 의미의 중국말이 없는 것은 그들의 언어의 부족함인데 훌륭한 우리말을 두고 부족한 그들 말을 좇아가는 것은 어리석다.  <차와문화 구독문의 070-7761- 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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