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차문화와 차학의 혁신을 위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두 권의 전례없이 혁신적인 차책茶書이 나왔다. 현재 커피 식민주의 및 보이차 사대주의 홍수 속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전통 녹차와 전통차문화로서 수양다도를 살려내자는 거침없는 외침을 싣고 있다. 『녹차, 다산에게 묻다』(최성민 · 김은정 지음. 책과나무)와 『차의 귀향, 그 후 20년』(최성민 지음. 책과나무)이다.

다산의 구증구포 단차와 삼증삼쇄 연고녹차

『녹차, 다산에게 묻다』는 문화재청의 전승공동체활성화지원사업 연구보고서격으로 나왔다. ‘다산차 묻어 버린 한국 차학계의 무지와 차계의 음모, 그 주역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근래 한국 전통차(녹차)와 전통차문화의 급격한 쇠락 원인이 한국 차학계와 차계에서 이른바 ‘초의제다’와 ‘초의차’를 한국 전통제다와 전통차로 내세우고 있는 무지와 음모(?)에 있다고 전제하고, 진정한 한국 전통제다와 전통차는 다산의 구증구포 단차 및 삼증삼쇄 연고녹차 제다라고 주장한다. 『녹차, 다산에게 묻다』에서는 그 근거로서 찻잎을 쪄서 말리는 다산의 증배(蒸焙)제다는 녹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신(茶神)’으로서 ‘녹향(綠香)’ 및 차 본래의 자연성인 기색(氣色) 기미(氣味)를 가장 적절히 보전시키는 제다법이라는 것임을 오랜 기간의 순수야생다원(곡성 산절로야생다원) 현장 제다실험 및 이를 활용한 한국수양다도 실습교육 사례로써 증언한다.

이 책에서는 다산의 증배제다에 비해 이른바 ‘초의제다법’으로 (잘못) 알려진 덖음제다(炒焙法)는 섭씨 300도~400도에서 찻잎을 덖으므로 섭씨 157도를 비등점으로 하는 녹향이 순식간에 증발돼 버린다고 설명한다.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녹향을 다 날려버린 탓에 고소한 맛이라도 내기 위해 증배제다 용어인 ‘구증구포’라는 말을 차용하여 뜨거운 솥에 여러 번 찻잎을 넣어 “볶는 과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찻잎을 불고문 내지 몸살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의 본래성품인 자연성을 무너뜨리는 제다를 한 결과 “초의차가 한국 전통차이고 한국 전통차는 고소한 맛이 특성이다”라는 말을 꾸며내게 되었다고 한다. 또 그 파생 현상으로 “차는 기호식품”이라는 주장을 퍼뜨려 고래(古來)로 다신과 녹향에 의한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의 녹차를 커피나 보이차와 같은 하등의 기호음료 반열에 추락시킨 결과 오늘날 전통차와 전통차문화 쇠락의 길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녹차, 다산에게 묻다』에서는 이른바 ‘초의제다법’으로 알려진 덖음제다가 명나라 장원의 『다록』에 실린 제다법을 초의가 『다신전』 및 『동다송』에 “옛 사람의 말을 빌려...”라는 인용구로써 소개한 것으로서, 명태조 주원장이 용단승설 등 까다로운 공납용 명차 제다의 민폐를 없애기 위해 ‘손쉬운 제다법’으로서 권한 것이지, 최선의 차를 짓는 제다법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일본 차계가 녹차제다 일관의 증배법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예로 들어 증배제다의 특장점을 강조하고, 다산의 구증구포 및 삼증삼쇄 증배제다는 중국이나 일본의 제다사에 없는 독창적이고 뛰어난, 그리고 ‘손쉬운’ 증배제다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힐링 디톡스 시대 초보차인 필독서

‘힐링 디톡스 시대 초보 차인들을 위해, 귀농 귀촌 대체농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라는 부제의 『차의 귀향, 그 후 20년』에는 저자가 곡성의 전인미답 야산에 20년 넘게 순수 야생다원인 산절로야생다원을 일구면서 겪은 실화들을 실었다. 이미 재배화된 차나무를 야생으로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받치고 당한 웃픈 이야기, 차나무가 속삭이는 자연성의 귀중함과 다도(茶道)의 수양론적 참 의미를 들려준다. 곡성 군정(郡政) 수뇌부가 대변하는 지자체의 부패 및 군정과 토호와 지역 사이비기자들이 연계된 먹이사슬 행패 목격담과 야생다원 조성 과정에서 이를 직접 당한 사례도 실려있다.

또 초보 차인들의 차생활 입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좋은 차 구별법, (백자)다기 고르기, 녹차가 좋은 이유, 수양다도의 원리... 등 차생활 길라잡이 내용이 각 장 사이사이에 촘촘히 별책부록처럼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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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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