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화려하고 오묘한 다완의 세계                      

                 글 한국학 중앙연구원 이사장 유 홍 준

조재호의 다완은 대단히 화사하면서도 오묘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의 다완은 기본적으로 분청사기 기법에 의지하면서 역대 중국 다완의 갖가지 도예 기법을 동원하여 다양한 다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다완에는 화려함과 검박함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1천년 다도의 역사에서 한·중·일 동양 다완이 추구해 온 미학을 조재호는 한 사발의 다완에 모두 담아내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다완은 본시 차 문화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함께 그 형태와 미적 취향이 계속 바뀌어왔다. 찻잎을 다려 마시는 전차煎茶에서는 찻잔으로 마셨지만 찻잎을 가루로 내어 마시는 말차抹茶에서는 다완이 사용되었다. 이 말차음용이 유행하면서 다도가 생겨났고 다도의 발전과 함께 다완은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중국 송나라 때 다완은 청자, 백자를 기본으로 하면서 가마에서 요변窯變을 일으킨 천목天目 등 갖가지 형태의 화려한 다완들이 유행하였다. 우리 고려시대는 청자다완이 주류를 이루었다. 지금 전해지고 있는 고려청자 대접과 사발은 대개 다완으로 사용되던 것이다. 이때까지 다완은 화려함의 세계를 추구하였다. 그러다 16세기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다도인들이 검박한 아름다움, 그네들 말로 ‘와비사비侘び寂び’의 다도를 추구하면서 조선 분청사기 막사발을 이상적인 다완으로 삼으면서 이도井戶다완의 전설을 낳았다. 이때부터 분청사기 사발은 미시마三島, 하케메刷毛目 등으로 불리며 검박한 다완의 상징으로 되었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조재호는 이러한 다완의 역사에 보이는 화려함과 검박함 두 미학을 하나의 다완에 구현하는 것을 조형목표로 삼아 왔다. 그의 다완은 크게 덤벙찻사발과 개화문開花紋찻사발 두 가지가 있다. 덤벙찻사발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분청사기 덤벙기법을 이어받은 것으로 백토에 덤벙 담갔다가 꺼냄으로써 생기는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다. 때로는 귀얄을 힘차게 돌린 귀얄찻사발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분청사기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108점의 찻사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조재호 작품전은 오는 15일부터 23일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다.

이에 비해 개화문찻사발은 중국의 다양한 도자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변화무쌍한 화사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본래 송나라의 명품 다완으로는 자주빛 반점이 아름다운 균요鈞窯, 그릇 전면에 실선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가요哥窯, 무지개 빛이 나기도 하고, 기름방울이 떠 있는 듯한 요변천목曜變天目 등이 유명한데 조재호는 이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조형적 기법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위하여 조재호는 점토로 성형한 뒤 덤벙 또는 귀얄분장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구워내어 우연적인 터짐 현상을 유도하고 여기에 다양한 색채를 가하여 마침내 꽃이 활짝 핀 모습으로 만들어 내고는 이름하여 개화문 찻사발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찌 보면 현대추상화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전통문양 같기도 하면서 따뜻한 질감의 손맛 까지 전해준다. 결과적으로 조재호의 다완에는 검박한 기형에 화려한 채색이 오묘하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것이 조재호 다완의 개성이자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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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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