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회에 걸쳐 발효차는 왜 발효가 아닌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회부터는 제다법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차는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만들어져 왔다. 초기에는 아무래도 생으로 혹은 말려서 약초로 사용 되었고 여러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로소 음용할 수 있는 차의 형태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제다법이란 차를 만드는 방법인데 그 방법은 차의 종류만큼이나 많다. 말하자면 어떤 한 재료로 무수히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이 지금 현재도 생산되는 차의 가짓수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많지만 만들기에 따라서 또 다른 많은 종류의 차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문제는 맛과 향이다.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은 찻잎을 가지고 좋아할 수 있는 맛과 향을 찾아내는 것이고 더불어 마시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차는 요리와는 다르게 단일 재료로 첨가물 없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이 매우 미묘하고 까다로워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단일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기에 단순하다고도 할 수도 있다.

먼저 녹차의 제다법에 대하여 알아보자. 현재 녹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대체로 동양 3국 즉 한, 중, 일 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즉 녹차라 하면 찻잎의 산화효소 작용을 못하도록 솥에 덖거나 수증기에 익혀 만든 차를 말하는데 주로 이 세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세 나라에서 만든 녹차라 하여도 실은 같은 차는 아니다. 같은 녹차라고 하여도 각 나라의 녹차 제다법이 각기 다르고 음용 행태도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 낸 차의 맛과 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쌀로 밥을 지어도 세 나라가 각기 선호하는 밥맛이 달라 짓는 방법도 차이가 나고 결과적으로 밥맛도 각기 다른 것과 같다.

차 만드는 방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여러 환경의 조건 중에 특히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무래도 기후와 물인데 차에 있어서는 물에 더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차의 맛과 향은 물의 질에 따라 발현하는 차이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물은 차뿐만이 아니라 식생활에 영향을 준다. 이는 물맛이 조리하는 음식의 맛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한, 중, 일 삼국은 지역적으로는 매우 근접해 있는 나라이면서도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이 세 나라처럼 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중 한, 중은 물이 주원인이고 한, 일간은 기후가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대다수의 지역이 석회암 지층이 분포되어 있어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 생수로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차의 주 생산지가 분포되어있는 서남간지역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그나마 동북간 지역으로 올라오면서 물의 질이 좀 나아지는 편이다. 우리가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지 그곳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중국의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볶거나 튀기거나 아니면 물에 삶아내든지 찐 음식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음식들은 짙은 향신료와 향신료에 버금가는 향채를 써서 조리한 것들이어서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어찌되었든 우리와는 조금 다른 풍미를 지닌 음식들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 나라의 음식문화려니 할 수 있고 더구나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요리의 나라이니 누구도 왜 이렇게 요리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만들게 되었을까? 원초적 의문을 가져보면 그들의 요리는 되도록 물을 쓰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을 쓴다 해도 재료를 익히기 위한 최소한의 양을 쓰고 많은 양을 쓸 때는 진한 향신료를 첨가하거나 녹말을 풀어 쓴다. 우리나라의 음식처럼 물 그대로 쓰는 경우는 대게 동북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물은 음식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재료이다. 되도록 물을 적게 사용하려는 경향은 물맛이 좋지 않은데 그 원인이 있다. 맛이 좋지 않은 물로 조리를 하면 요리의 맛에 영향을 주어 맛을 떨어뜨리니 물보다는 기름을, 물을 쓰더라도 향신료와 여러 재료로 물맛을 숨긴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물이 좋지 않은 중국이 세계적인 요리대국으로 발전하게 된 지혜라 할 수 있다. 중국요리는 기름진 요리가 많기 때문에 한 상에 여러 가지 요리가 차려지지 않는다. 한두 가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오고 식간에 차를 마시며 먹게 된다. 이것도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혀가 기름으로 코팅이 되어 음식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에 기름기를 씻어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차가 하는 것이다. 또한 차는 필요 이상으로 지방을 흡수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중국인의 식탁에선 빠지지 않는다.

제다법을 이야기하면서 음식문화와 요리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뜬금없는 것 같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차는 곧 물이다 말할 수 있을 만큼 물은 차에 있어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차를 만드는 사람은 차를 만들면서 차가 잘 만들어 졌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차의 형태와 차를 만들면서 올라오는 향으로 가늠하는데 무엇보다도 차를 물에 우려 마셔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니 그 기준이 곧 물이라 할 수 있다.

물이 좋으면 차의 향과 맛이 잘 발현되고 물이 좋지 않으면 반대로 잘 발현되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의 제다법과 우리나라의 제다법이 달라진 근본적인 이유이다. 중국의 물은 좋지 않기 때문에 차의 맛과 향이 잘 발현되지 않는다. 그 물에 향기롭고 맛이 좋은 찻물을 발현 시키려면 맛도 강하고 향도 강한 차를 만들어야지만 된다. 차의 쓰임새도 많이 달라진다. 물이 좋지 않으니 찬물로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고 물을 끓여 마셔도 맹물로 마시기에는 물맛이 좋지 않다. 더구나 석회성분이 많아 가라앉혀 마셔야 되는데 차는 석회성분을 가라앉히고 또한 물맛을 좋게 하니 차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누구나 손에 물병 즉 찻물 병을 들고 다니며 마시고 물이 떨어지면 물을 끓여 파는 곳이 있어 다시 채워 가지고 다니면서 마신다. 좋지 않은 물과 가지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차, 이 조건에 맞는 차를 만드는 것이 중국의 차를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물에 마실 차는 맛과 향이 강해야 하고 뜨거운 물에 장시간 우려 마시고 다시 물을 부어 마시려면 잘 우려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 차를 만들려면 우리나라 차처럼 여러 번 덖고 비비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차처럼 만들면 장시간 물에 담가 두면 차의 성분이 한 번에 다 우려져 쓰고 떫어 마시기 힘들고 두 번째 탕은 맹물과 같아 다시 마실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녹차는 다신전에 기록되어 있듯이 첫 번째 솥에 잘 익혀 차의 형태를 만들어주고 온도를 낮추어가며 솥에서 잘 건조시켜 주어야 한다. 차가 본래 가지고 있는 향과 잎도 원형 그대로 부서지거나 상처가 많이 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물병에 오래 담아둬도 다 우려지지 않고 물을 다 마시고 다시 부어도 남아있는 차의 맛과 향이 우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차 품평 기준에 80도 물에 5분간 우려 맛과 향을 분별하고 잎의 모양이 원형 그대로 생생한지 살펴보는 기준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차를 마시는 조건에 합당한 차를 찾기 위한 것이 품평 기준이 된 것이다. 혹자는 중국의 차 품평기준을 빌어 와 우리나라의 차를 품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중국의 품평기준으로 선별한 차는 중국차에 흡사한 차가 되지 우리나라의 차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차와 중국의 차는 그 쓰임새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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