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상처를 치유하고 깨어 있는 현재를 살아가게 하며, 삶을 풍요롭게 누리게 하는 ‘욕구(need)를 충족시켜 주는 음료’이다. 그림 이경남.
차는 상처를 치유하고 깨어 있는 현재를 살아가게 하며, 삶을 풍요롭게 누리게 하는 ‘욕구(need)를 충족시켜 주는 음료’이다. 그림 이경남.

그림으로 만나는 차 이야기 6 - 차를 마시는 이유

차는 약초로 시작 되어 식용이 되었고 이후 50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차 문화로 꽃 피우며 인류와 함께 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차를 알게 된 처음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차는 몸과 마음에 유익한 치료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이다. 약용으로서 신체와 건강에 미치는 효능뿐만이 아니라 차가 인류 역사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차를 마시면서 나타나는 정신적인 변화를 느끼고 차를 나누는 순간의 기쁨과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약 2000여 년 전 한나라 시대에 들어 와서는 차의 제조 공법이 좋아지면서 귀족들을 중심으로 차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후한 시기(25~220)에는 중국에 전파된 불교와 도교의 문화가 만나면서 치열한 구도의 길에서 수행자의 집중을 돕고, 차를 마시면서 정신수양을 하는 ‘깨어 있음’의 음료로 자리 잡았다. ‘차선일미(茶禪一味)’ 라는 단어는 ‘차와 선이 한 가지 맛’ 이란 뜻으로 차를 마심으로써 참선 수행에 큰 도움을 받았다. 위진남북조 (220~589)시대로 이어 지면서는 노장사상과 만나 차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곱 잔의 차茶

9세기 당나라 시대는 중국 차 문화가 크게 번창하기 시작했던 시기로서 육우와 노동이라는 두 거목이 존재한다. 육우가 탁월한 차 연구자였다면 노동(盧仝 775~835) 은 차를 지극히 사랑했던 시인이자 문인이었다. ”불로불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차 맛만을 마음에 둔다” 라고 표현할 정도 였다.

첫째 잔은 목구멍과 입술을 적시고,

둘째 잔은 외로운 번민을 씻어 주고,

셋째 잔은 마른 창자를 적시나니 생각나는 문자가 오천 권이나 되네.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이 나와 평생의 시름이 모두 모공을 통해 흩어지네.

다섯째 잔은 기골(肌骨)이 맑아지고,

여섯째 잔은 신선의 경지에 이르네.

일곱째 잔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나네.

‘칠완다가(七椀茶歌)’라고 불리는 위의 시는 차를 마신 후의 감상을 노래한 시 가운데 가장 많이 사랑 받고 암송되어 왔다. 첫째 잔은 육체의 갈증을 씻어 주었다면 둘째 잔은 외로움과 번민을 없애 치유가 되며, 셋째 잔은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 머릿속에 문자의 향이 가득하고, 넷째 잔은 모든 마음의 부정적 감정들이 해소되는 자유로운 경지가 되고, 다섯째 잔은 육신의 정렬이 되며 여섯째 잔은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즐거움이 가득하고, 일곱 번째 잔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양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 공중을 날아오르듯 환희의 경지, 정신적 풍요로움의 극대치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차는 욕구(Need)의 음료

차는 이렇게 심신을 건강하고 조화롭게 하는 ‘깨어 있음’과 ‘치유’, ‘즐거움’, ‘풍요로움’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로운 음료의 역할과 더불어 인간과 인간을 ‘연결’ 해 주는 ‘관계의 매개체’ 로서의 역할을 하는 음료라고 볼 수 있다. 찻자리에서는 저절로 마음이 열리면서 진솔한 공감의 대화가 이어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것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느껴지는 따뜻함이다. 마셜 B.로젠버그 (Marshall B.Rosenberg 1934~2015)는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가슴에서 우러나와 서로 주고 받을 때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연민(compassion)이다.” 라고 하였다.

연민으로 주고받으며 기쁨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기에 찻자리에서는 마음이 자연스레 이어져 가슴에서 우러나는 공감이 주는 따뜻한 연결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다. 우리들 인간은 모두 ‘욕구(need)’의 동물이며 욕구가 해결될 때 행복을 느낀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에서 욕구란 욕망이나 수단, 방법과 구분되는 인간이 갖는 보편적 가치이며, 느낌의 근원이자 아름답고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다. 욕구의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건강, 휴식, 편안함, 따뜻함, 돌봄, 스킨십 등을 비롯하여 소통, 관심, 존중, 배려, 연결, 공감, 이해, 감사, 인정 등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욕구와 더불어 재미와 즐거움, 도전, 깨달음, 치유, 유머, 흥 등 서로의 삶이 연결되기 위한 욕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성, 존재감, 여유, 조화, 평화, 아름다움, 영성 등 온전한 아름다움의 욕구와 자유, 자각, 자기존중, 배움, 성장, 성취, 놀이 등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한 욕구들이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내게 ‘욕구’는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왜냐하면 사회복지란 인간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기에 사회복지를 ‘욕구의 학문’이라고 부른다. 욕구를 품는다는 것은 사람의 품을 넓히는 일이며 자신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는 방법이다. 나답게 온전히 살고 싶다면 순간순간 자신의 욕구를 찾아내고 욕구의 에너지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 문화의 역사를 탐구하면서 찾아 낸 차(茶)의 본질을 요약하면 연결, 깨어 있음 ,치유, 풍요로움,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차는 상처를 치유하고 깨어 있는 현재를 살아가게 하며, 삶을 풍요롭게 누리게 하는 ‘욕구(need)를 충족시켜 주는 음료’이다.

차와 사회복지의 본질이 참 많이도 닮았다. 차와 사회복지 모두에서 ‘욕구’는 인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간에게 꼭 필요하고, 해결 되어야 생존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행복해지는 수단이요 방법인 셈이다. 차는 맛 또한 산뜻하면서 은은하고 순수하여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아 자연스럽다. 이처럼 차는 모든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예를 갖추게 하는 음료로 굳건히 자리매김 해왔다. 왜냐하면 한 잔의 차 속에는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차(茶)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수천 년 간 사랑 받아 왔고, 앞으로도 내내 차를 마시는 이유라고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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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부산여자대학교 이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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