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자리에서 자주 듣는 도돌이표 말이 있다.

“이 차 어때요?”/ “예, 차가 참 좋습니다.”

차회를 주관하는 사람은 차의 좋은 점을 칭찬받고자 묻는 말이고, 차회에 참석한 사람은 예의상 좋은 말lip service을 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거의 대동소이大同小異 아닌가? 편해야 한다. 차를 잘 알든, 생소하든, 누구나가 의도된 찻자리에서의 물음에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다른 말로 차에 대한 반半전문가든, 생生초보든, 마시는 차에 대한 표현이 어디 객관적일 수 있는가?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상황과 분위기, 몸의 상태에 따라 느끼는 감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찻자리에서도 이러할진대, 공식적이거나 격식을 갖춘 찻자리에서는 향과 맛香味을 오롯하게 객관화시키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각설却說하고...... 그렇다. 어떤 분야이든,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모두가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하긴 어렵다. 하물며 단순한 동호인이거나 초보일 경우에는, 좋고 나쁨好惡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도 쉽게 내리지 못한다. 하여 그들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고, 일정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출 때까지 남의 기준을 자기화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때문에 특정 분야의 단체나 협회는 적확的確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전문가는 그 기준에 합당한 지식을 갖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공개적인 품평대회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차 품평 기준 정립의 필요성 제기

자, 그러면 이상의 생각들을 우리 차의 세계에 적용하여 의문을 던져보자.

〈각각의 차에 대한 품평의 기준이 차의 고유한 특성에 적합한가?〉

〈품평에 참가한 품평가評價者의 품평 결과가 차를 오랫동안 마신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가?〉

〈품평대회에서 입상한 제다인이나 제다공장의 그해 차가 입상등급의 맛을 유지하는가?〉

“적합하겠지?”/“이해되겠지?”/“같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 “안 그런데!”/“안 되는데!”/“다른데!”라는 복합적인 생각으로 자꾸만 희미해진다.

왜일까? 아직 우리 차의 제다 방법 製茶方法이 유형별, 지역별, 단체별로도 기준이 불명확할 뿐 아니라, 품평 기준이나 방식, 그리고 품평차의 유통체계도 아직 완전 정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시작 단계이다. 시행착오의 과정은 짧을수록 좋다. 그러기 위해서 품평차의 출품 방식, 품평 기준, 품평차 유통까지 신뢰를 받는 국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타이완의 차 품평대회의 목적과 방식

타이완은 품평대회를 비새比賽 Competition라 하고, 대회의 입상차入賞茶를 비새차比賽茶라 한다. 타이완이 비새를 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국가적으로는 차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고, 생산자를 위해서는 차산업의 발전을 이루고자 함이며, 소비자에게는 좋은 차를 쉽게 찾아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타이완의 비새는 우리처럼 전국의 차를 모아놓고 품평하는 방식이 아니라, 차가 생산되는 시(市), 현(縣), 구(區)에서 주관하는 대회이다. 비새에서는 국가 기관의 전문가가 색, 향, 미, 외관 등을 까다롭게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고품질의 비새차를 만든 차농茶農은 공신력을 획득하게 되기에, 차의 품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덕분에 소비자는 양질의 차를 정당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덕분에 각 지역은 차에 대한 명성이 높아져, 지역 차산업은 더욱 활성화된다.

타이완은 차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위해, 차만을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 있다. 세계인들의 타이완 차에 대한 신뢰는, 오랜 시간 동안 품질 향상을 위해 국가와 지역이 합심하여 이룬, 기술 발전과 위생 생산의 결과물이다. 타이완의 비새는 그 결과물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핵심이다.

타이완의 비새는 시·정부 단위의 차 경합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발전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으나, 지금은 타이완의 전역에서 지역 특산차特産茶의 특색있는 비새가 열리고 있다. 이 비새를 통하여, 타이완 차 생산지의 제다기술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되었고, 그를 통해 품질향상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차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져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지역 특산차가 되었다. 타이완의 비새는 지역마다 춘차春茶로 출품되는 봄과 동차冬茶로 출품되는 가을에 두 번 열리고, 일부의 차는 특성에 따라 여름에 한 번 이루어지기도 한다.

• 타이완의 차 품평대회의 실제

품평대회의 심사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아래와 같다.

1. 타이완 정부, 시, 농회 홈페이지 등에서 대회 일정과 심사 기준 공지

2. 접수, 참가비 입금 뒤에, 대회 규정에 맞게 정해진 양의 차를 출품

23근13.8kg이 일반적이며, 차와 지역에 따라 11근6.6kg을 출품하기도 한다.

3. 차의 샘플을 채취하여, 농약 잔류 검사

국가 기관ㆍ주최 농회ㆍ민간단체에서 검사한다. 규정(수입차, 농약 기준치의 초과)을 위반하면, 시 관련 법령 및 비새 규칙에 따라 실격 처리하고 폐기한다.

4. 관능 평가에 따른 심사.

* 1차 심사 : 맛 40%, 향 30%, 외관 20%, 수색 10% 등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대만 「행정원 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行政院農業委員會茶業改良場)」의 전문 인력과 주관 부서 평차評茶 위원이 함께 심사 진행한다. 이때는 《미입선 / 우량장 / 입선》의 세 가지로 등급을 매긴다.

* 2차 심사 : 입선한 차는 「행정원 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의 전문 인력이 심사한다. 필요에 따라 몇 차례 재평가도 한다. 차 출품량에 따라 심사 단계나 기간에 차이가 있고, 심사는 차종에 맞는 물 온도와 우리는 시간을 정해 진행한다. 차종 특성에 맞게 평가 항목 당 점수가 다르다.

5. 심사 후 비밀번호(접수ㆍ심사 번호와 대조) 및 입상자 명단 공개

※세부 분류 기준, 등급 명칭, 등급별 비율은 지역ㆍ작황에 따라 상이

[특등장 > (두일장頭壹裝) > 두등장 > 이등장 > 삼등장 > 우량장/(參梅, 貳梅, 壹梅)]

6. 비새 입상품 균일 포장

차에 따라서 300g, 150g, 75g 등으로, 등급만 다르게 적혀 균일 포장된다. 즉, 외부 포장 상자와 내부 철제통tin case에 주최사, 연도, 계절, 차 고유번호, 수상 등급 등이 적힌 실Seal을 2중, 3중으로 붙인다. 포장이 끝나면 정해진 기일에 출품자에게 반환되고, 미입선 출품자에게는 탈락 이유와 개선 사항이 전달된다.

7. 시상식 및 전시 판매회 개최

입상자들에게는 입상 현판과 상금이 부여된다. 일반 소비자가 비새차를 맛보고 구매하는 등의 행사를 끝으로 대회가 마무리된다.

타이완의 비새가 국제적 신뢰를 얻게 된 데에는, 대만의 차 관련 행정기관인 「행정원 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의 역할이 크다. 1903년 개설된 이곳은 중앙 행정부 산하 직속 기관으로 품종 개발, 다원 관리, 기술 개발, 농약 및 병충해 관리, 차농 지원, 제다기술 및 품평능력 향상, 제다 기계 연구, 마케팅 등 차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차만을 다루는 국가 기관은 해당 분야의 발전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차 품평대회의 실제

그러면 우리나라의 차 품평대회는 어떤지를,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사)초의차문화연구회가 주관한 품평대회 공고를 살펴보자.

1. <대한민국 차품평 대회> 공고 및 참가신청 공고

2. 참가자격 : 국내에서 식품 영업신고를 받은 차 생산 농가

3. 출품량 : 품목당 1kg. 수상차 이외는 품평 후 반환

4. 출품 종목 : 녹차(덖음차, 증제차), 발효차(완전 발효차로 홍차, 황차만 가능)

5. 참가비 : 품목당 5만 원

참가서류로는 참가신청서와 식품영업 신고필증

6. 출품접수: 우편 및 현장 접수 가능

7. 품평대회 장소 및 일시 : 서울 코엑스 제19회 티월드 페스티벌 내 특설무대

대회 ; 07. 29(목) 시상 및 경매 : 08. 01(일)

8. 수상작 특전 : 경매(대상), 전시, 시음, 우선 구매

9. 심사위원 구성 : 22명(심평전문가 7, 소비자심사위원 15)

10. 시상 부문 ; 녹차(덖음차 / 증제차), 발효차

11. 시상 내역 ; 각 부문 상장 및 상금(차등제) 대상 1, 우수상 2

▸품평 방식∘위원 구성 ; 대회의 품평 방식과 품평위원 구성은 여기서 생략

이처럼 우리나라도 차 축제나 차 단체의 연례적 행사 등에서 차 품평대회가 적지 않게 열린다. 바람직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그런 방식으로는 차산업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 같고, 차의 품질향상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한국의 차 품평대회의 방식에 대한 제언

그렇다면 우리의 차 산업 발전과 차의 국제적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이완의 차품평 대회를 참조하여, 우리 차의 품평대회를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좋을지를 살펴보자.

먼저, 타이완처럼 차 생산지별 품평대회가 있어야 한다. 전국적인 단위의 차 품평대회는 지역적인 차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생산지의 차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독자적인 품평대회를 개최하여, 내적으로 지역 생산차의 품질을 높이고, 외적으로는 지역생산차의 고부가 가치가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남의 하동, 전남의 보성 등은 차 종사자와 생산량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압도적이며, 국내외에 한국의 대표적인 차 생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지역의 차만을 가지고도 자체적인 품평대회를 충분히 열 수 있다. 공신력 있게 대회를 거듭한다면, 차산업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경남, 전남을 비롯한 광역자치시도, 권역 내 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치시도별 품평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다.

둘째, 품목의 출품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여태껏 해 온 방식처럼, 생산ㆍ판매 차의 제품 수거나 출품, 1kg의 출품으로는 대회가 목적하는 것을 이룰 수가 없다. 최소 10kg 정도는 출품해야만, 여러 등급의 입상차를 균일 포장할 수 있고, 일반 소비자는 그 입상차의 등급으로, 그해 생산 차의 질적 기준을 알 수 있다.

셋째, 대회 출품차의 제다 방법과 평가에 대한 정확한 표준standard과 기준criteria이 필요하다. 아직 품평의 걸음마 단계라서 그렇다 하더라도, 입상차의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발효차의 경우, 백차형ㆍ청차형ㆍ황차형ㆍ홍차형ㆍ흑차형이 있는데, 그것을 같은 잣대로 시음, 평가할 수는 없다. 출품 차의 기준과 품평 방식이 좀 더 정치精緻해져야 한다.

넷째, 대회 입상차는 포장을 통일하고, 등급에 따라 가격을 주최측에서 공식적으로 책정한 뒤에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입상 제다인의 개별 포장으로 유통되게 해서는 안 되며, 가격도 마음대로 책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출품량을 벗어난 입상 제다인의 다른 차는, 개인 포장에 입상 기록은 할 수 있지만, 입상차로 둔갑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대회 입상자에게는 입상 현판을 만들어 두고두고 영예를 드러낼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대회의 공신력과 위상이 높아지면, 절대다수의 차농ㆍ제다인이 참여할 것이고, 이는 차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차농들은 입상 현판들을 주욱 걸어놓고 제다인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을 밖으로 내보인다. 소비자는 그것을 보고, 그 제다인의 차를 신뢰한다.

여섯째, 중앙ㆍ지역 행정기관, 제다 전문인, 차문화ㆍ산업 종사자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ㆍ합리적ㆍ객관적 제다 표준과 품평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 단체나 특정 축제 주최 측이 단독으로 차 품평대회를 여는 것은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전국에서 산발散發 되는 차 품평대회는 차문화ㆍ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일곱째, 품평 전문가 교육은 국가 기관에서 해야 한다. 전문 교육 과정은 엄격하면서도 수준이 높아야 한다. 오랫동안 차를 마신 경험치나, 차계茶界에서 외부활동을 제법 한 이력만으로 차를 품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차 품평은 오랜 공부와 노력, 숙달된 경험 뒤에야 가능하다.

여덟째, 우리 품평차의 종류를 더 개발해야 한다. 지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시대적인 요구trend에 부합하는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차도 질적으로 향상되고, 결국에는 차산업까지 활성화 될 수 있다. 새로운 차의 진입과 정착을 돕는 바로미터barometer 역할은 차 품평대회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차의 품평은 차의 품질기준을 도출하여 고부가가치의 차茶 제품을 개발하게 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차의 소비를 촉진하며, 우리 차 산업의 부문별 전문가 발굴 및 육성에 이바지한다.

우리의 차 품평과 품평대회가 시대와 지역에 맞게 전광석화처럼 정착ㆍ발전하기를 희망하며, 마음속으로 광제선사匡濟禪師의 시를 가만히 음미한다.

喫禪茶 三句 끽선차 삼구

分別味印泥 맛을 구별함은 진흙에 도장을 찍음이고

知味似印水 맛을 앎은 물에 도장을 찍음이며

忘味如印空 맛을 잊음은 허공에 도장을 찍음이다

此是合一味 이것이 하나의 맛으로 합쳐지고

一味相泯時 이 한 맛까지 서로 어우러질 때

流水明月下 물 흐르는 밝은 달 아래

可入不二門 불이의 문에 들었다 하리라

別別 별별

喫茶去 차나 마시리

 

SNS 기사보내기
심재원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