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를 말하다

서은미, 양흥식 김세리외 10인 이능화 기자l승인2022.04.01l수정2022.04.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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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차茶’는 일상이다. 그리고 이때의 ‘차’는 일반적으로 커피를 가리키게 되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이고, 열매나 씨앗, 뿌리 등을 이용해 만든 것은 일종의 ‘대용’차이다.(따라서 커피도 대용차이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서는 차=커피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와 함께해 온 차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자연환경과 전통, 문화에 따라 공동체 나름의 차문화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차에는 그 차를 향유하는 구성원들의 역사와 문화, 삶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주로 전통적 의미의 차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마중물은 영화이다. 현대인의 필수 ‘문화코드’인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차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차의 역사와 종류, 차 만드는 법, 우리의 차문화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 차음악과 공간, 차도구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렇듯 이 책은 영화를 통해 만나는 재미있는 차 입문서라고 하겠다. 서은미, 문기영, 김세리, 김경미, 김용재, 노근숙, 노정아, 양흥식, 윤혜진, 임진선, 최원석, 홍소진, 하동겸등 13인의 차 전문가들이 고른 13편의 영화와 그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차 이야기를 들어있다.

▲ 영화 와호장룡.

① 《와호장룡》; 일상의 차가 되기까지- 부산대학교 강사 서은미

중국의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모습, 그리고 건축물을 통해 전통 시대 중국인들의 삶을 잘 보여 주는 《와호장룡》을 통해 중국의 차문화를 소개한다. 개완이 크게 유행했던 청대의 차문화와 영화 장면장면을 세세하게 비교 설명하고, 나아가 ‘개문칠건사開門七件事’, 북원공차北苑貢茶, 차 음용법의 변천, 다구의 변천 등 중국 차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사천 지역에서 시작된 차 음용이 “끼니를 굶으면 굶었지 차는 마셔야 한다”고 할 정도로 중국인 전체의 일상이 되어가는 과정과 차문화 등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 영화 다운튼 애비.

② 《다운튼 애비》; 홍차는 누구나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문기영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다운튼 애비》는 영국 조지 5세(1865~1936년)와 왕비가 요크셔 지방을 방문할 때 다운튼 애비에 하루 묵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 1927년 배경의 영화이다. 홍차 전문가인 문기영은 이를 통해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홍차가 술을 대신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값비싼 홍차가 대중화되어 대영제국의 국민음료가 되는 과정과 배경, ‘애프터눈 티’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등의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다.

▲ 영화 역린.

③ 《역린》; 정조의 시대, 차향으로 기억하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김세리

《역린》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정조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다. 정조의 시대와 그와 연결되는 차문화 네트워크, 그와 영혼의 메이트인 다산 정약용의 차 이야기, 정조의 사위인 홍현주 가족의 차문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속 화려한 다구들을 통해 그 당시 문물교류와 규방의 차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특히나 관료들이 공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차를 마시는 시간, 즉 다시茶時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울러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좋은 차를 얻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장면은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 영화 경주.

④ 《경주》; 끽다거喫茶去, 차 한잔 하고 가세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강사 김경미

《경주》는 친한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에 온 북경대 교수 최현이 문득 7년 전 본 춘화春畵를 떠올리며 찾은 경주의 찻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찰하고, 그 속에서 ‘차’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차의 종류와 가공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산화효소를 억제하는 방법이냐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6대 다류인 녹차, 황차, 흑차, 백차, 청차, 홍차를 만드는 방법과 각각의 특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 영화 자산어보.

⑤ 《자산어보》; 우리는 왜 차를 마시는가- 유엔협회세계연맹 교육& 파트너십 담당관 김용재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를 간 정약전이 물고기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과정을 담아낸, 그리고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정약용의 일상을 담은 영화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대 우리 차문화가 마치 조선 후기의 성리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본질에서 벗어나 형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는 ‘날것’으로의 ‘차’를 만나라고 한다. 즉 차밭을 거닐고, 직접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 보는 것, 이런 특별한 경험이야말로 차의 근본을 찾는 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 경험담과 가보기 좋은 차밭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영화 리큐에게 물어라.

⑥ 《리큐에게 물어라》; 일본다도 : 리큐의 차, 그리고 무사-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외래교수 노근숙

《리큐에게 물어라》는 일본 차노유 문화의 중심 센노리큐(千利休)의 삶과 미의식을 다룬 영화이다. 차노유(茶の湯)는 일본 차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인데, 차를 마시는 전용공간, 즉 다실을 준비하고, 다구를 갖추고, 손님을 초대해서 차를 대접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리큐가 살았던 때는 100년 전란을 끝내고 천하통일을 이룬 오다 노부나가 및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였다. 무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들 절대자 앞에서도 차인으로서 자신의 미의식에 절대적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했던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일본 다도의 정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⑦ 《앙: 단팥 인생 이야기》; 화과자 이야기?- 차과자 사계대표 노정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화과자는 일본의 과자, 대개 일본 전통 기법으로 만들어진 과자를 뜻한다. 종류도 다양하고 보기도 예쁜 화과자는 차를 마실 때도 무척 잘 어울린다. 차회에서 사용하는 과자를 차석과자茶席菓子라고 한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속 인물들은 차와 과자를 매개로 하여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화과자 전문가인 저자는 영화 이야기와 함께 화과자의 역사와 종류, 만드는 방법, 기타 화과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차에는 어떤 화과자가 어울릴까?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⑧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누는 마음과 실천하는 삶, 중도?- 필로소티 아카데미 원장 양흥식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계 대부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한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차는 선종 승려들에 의해 보급되기 시작하여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다도茶道’가 되었다. 영화에는 ‘중도中道’라는 글자가 적힌 열차가 등장하는데, 이는 감독 혹은 영화가 지니는 불교적 가치 지향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글에서 ‘차’가 선가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문화를 형성해왔는지, 다양한 일화와 법거량을 통해 보여준다.

▲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⑨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풍미의 예술, 다악茶樂?- 오동나무해프닝 대표 윤혜진

가야금연주자이자 다악연구가인 저자가 선택한 영화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인데, 차와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이다. 다악(茶樂, Tea Music)은 찻자리 음악이다. 좀 더 넓게 보면 찻자리에서 향유하는 풍류적 요소를 지닌 모든 소리, 즉 멜로디가 있는 악기 소리나 노랫소리뿐만 아니라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과 같은 자연의 소리와 물 끓는 소리, 차 따르는 소리 등도 모두 포함된다. 이 글은 찻자리에 음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악의 종류부터 선택까지 설명해주고 있다. 찻자리의 멋과 풍미를 더해주는 다악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한잔.

⑩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커피와 차, 그리고 힐링 한 모금- 주식회사 소모대표 임진선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여러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 매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커피이다. 커피 전문가인 저자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가진 커피와 차를 비교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는 ‘커피는 몸을 깨우고, 차는 마음을 깨운다’는 말에 잘 나타난다. 나아가 차와 커피의 카페인 문제, 내리는 커피와 우리는 차처럼 서로 다른 음용 방법, 커피의 다양한 핸드 드립 기구들도 소개되어 있다.

▲ 영화 협녀, 칼의 기억.

⑪ 《협녀, 칼의 기억》; 차의 공간? -프로젝트 렌트 대표 최원석

고려말 무신정권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협녀, 칼의 기억》에는 곳곳에 차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미 이 시절 차문화가 우리 민족의 일상으로 들어왔음을 말해준다. 공간과 콘텐츠 기획자답게 저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차문화와 공간에 대해 설명하는데, 어떤 고정된 형을 추구하기보다 결국 차의 본질, 왜 차를 마시는가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사람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자연과 호흡하며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고 지향해야 할 공간인 것이다.

▲ 영화 천년학.

⑫ 《천년학》; 매화 향기 속에 차 마시며 술 마시며?- 소연재다주문화연구소 소장 홍소진

거장 임권택 감독의 백 번째 작품으로 잘 알려진 《천년학》은 소리꾼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그린, 한국적 정서가 짙은 영화이다. 녹차를 애용한 임 감독이었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는 차와 관련된 장면보다 술과 관련된 장면이 훨씬 많다. 따라서 저자도 이 글에서 차와 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 기호식품인 차와 술, 우리 선조들이 이 둘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선인들의 자취와 글 속에서 찾아내 보여준다. 둘 다 소통의 중요한 매개체이면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차와 술이 지닌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일일시호일.

⑬ 《일일시호일》; 일상이 변하는 차 한잔의 비밀- 비영리사단법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하도겸

“따스한 찻물이 그녀의 매일매일을 채우기 시작한다”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일일시호일》은, 다도를 배우게 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그야말로 차와 차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인 ‘일일시호일’은 중국 선사인 운문문언의 화두이다. 저자는 이렇듯 영화 속 두 개의 코드, 즉 차와 화두를 얼기설기 엮어 녹여내고 있다. “같은 사람들이 여러 번 차를 마셔도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아요. 생애 단 한 번이다, 생각하고 임해주세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단 한 번뿐인 이 순간, 이 만남, 이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차’는 귀중한 매개체이다. 자유문고. 22, 800원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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