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혜의 ‘나한羅漢’

선종의 위대한 스승 마조도일( 709- 788)선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거의 얼굴”이라 법문하셨다. 이 귀한 말씀을 생각하면 허경혜는 과거 어느 시간대에 차원 높은 불교 수행자였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나한羅漢’을 빚는 일로 그의 생애 후반을 혼신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나한’은 ‘아라한arahant’이라는 빨리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중국식 명칭이다. ‘ara’는 ‘모든 번뇌’를, ‘hant’는 날카로운 지혜의 칼로 탐. 진. 치 번뇌라는 도적을 죽여 다시는 생겨나지 못하게 함‘이다. 또한 아라한은 불교수행자가 성취할 수 있는 매우 어렵고 높은 경지를 뜻하는데 , 부처님이 계실 때의 수제자들과 열반 이후 4차례의 불교경전 결집때 참여한 장로비구 5백 명을 뜻하는 실존했던 수행자들이다. 흔히 5백나한은 5백분의 ’성인聖人‘들인데, 그림이나 흙으로 모습을 조성하여 영산전, 나한전 등에 모시고 경배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부처가 아닌 ‘아라한’ 경지를 이룬 수행자 모습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게 된 데는 인간의 오랜 간절한 소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라한’은 모든 번뇌를 소멸시켰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음이 가장 큰 이유다. 두 번째는 생로병사 윤회를 해탈하여 다시는 이 세상에 어떤 형태로도 태어나지 않게 된 점, 셋째는 그런 이유로 세상의 사람들과 하늘의 존재들로부터 경배 받는 다는 점이다. 불교미술 영역인 나한상 제작은 결코 흔하고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는 흙으로 한국의 어머니들 모습을 빚은 ‘흙사람’작업 20여년을 마친 뒤에 그의 나이 예순을 넘으면서 온 몸으로 회통會通하기 시작한 세속출가의 인연자리다. 부디 맑고 고요하여 오백나한을 보고 듣는 이들 모두 자기 안에 있는 ‘佛性’을 만나게 되길 빈다. 정동주 동다헌시자. 차 살림학자

심영란의 ‘보듬이’

‘보듬이’는 한국 차문화사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작가가 만든 찻그릇을 우리말로 지어 부르는 이름이다. 너무 늦게 제 이름을 불러 주어서 부끄럽고, 여기저기서 아직도 무시당해 또 부끄럽다. 심영란 보듬이는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중국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진 ‘물레’가 아닌 손 빚음이다. 손 빚음 기법은 신석기 시대 문화다. 적어도 4천년을 훌쩍 뛰어넘어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 우리선조들이 하늘과 땅에 제사할 때 물을 담았다. 민굽토기를 본받아 만든 것이 보듬이다. 차별하지 않고, 외면이나 짓밟지 않고, 혼자 잘난 척하지 않고, 남을 챙기고 고맙게 여겨 함께 살려는 인간 안에 깃들어 있는 참마음을 회복하려는 것이 보듬이의 미학이다. 심영란의 보듬이에는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이 굽이굽이 숨어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다. 언뜻 종교적 색채와 음률이 비치기도 하여 마음이 고요해진다. 참 귀하고, 멋진 작업이다.정동주 동다헌시자. 차 살림학자

이번 앞뒤끌밀전 허경혜 심영란 초대전은 12월7일부터 13일까지 부산 영광도서 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LEEGALLERY-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10. 영광도서8층. 051- 816-9500

소담재 허경혜-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8로 42번길 23. 051- 941-0370

 

SNS 기사보내기
부산지사장 최원형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