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환자들은 ‘설마 내가, 설마 지금’이라는 생각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환자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온갖 장치를 몸에 연결하고서야 비로소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의술의 도움을 받아 약이나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채 죽음에 맞서지만 이는 단지 죽음을 지연시키고 죽는 과정을 연장시킬 뿐이다.

죽음이 싸워 이겨야 할 적이라면 우리는 그 적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더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가족은 삶에 대해 나보다 훨씬 아는 게 많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너무나 아는 게 없었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우리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다.이를 위해 저자는 다년간의 연구와 현장 경험, 환자 및 가족, 의사, 간호사, 학자와 나눈 인터뷰, 풍성한 참고 자료와 사례를 바탕 삼아 의학, 과학, 역사, 종교, 법, 정책과 제도, 통계, 문학 등 방대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한 대화로 우리를 이끈다.

염색체 DNA와 세포에서부터 중환자실, 법정, 의료 현장, 언론, 대중, 인터넷, 세속의 관습과 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오가는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죽음과 죽어감의 새로운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장수와 노화, 집이 아닌 병원과 요양원에서의 죽음, 심폐소생술과 뇌전도가 바꿔놓은 죽음의 정의, 의사와 환자의 권한, 살 권리와 죽을 권리, 신앙과 연명치료, 간호인과 의료대리인, 생전 유서와 안락사, 죽음 긍정 운동과 임종 인터넷 생중계가 때로는 가슴을 흔드는 이야기로, 때로는 냉철한 비판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를 보며 저자는 수없이 묻는다. “무엇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의 죽음을 막을 방법이 있었을까?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달리 취할 만한 조치가 있었을까?” 그리고 이 모두는 저자가 계속 되묻는 한 가지, “한 생명이 겪는 가장 큰 상실이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것이 될 수 있을까?”로 수렴된다. “생이 끝날 때까지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이더 와라이치 지음. 부키.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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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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