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일미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시작하는 이 책이 전반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차선철학에 대한 친절한 안내이다. 예로부터 차茶와 관계를 가지는 사람은 대부분이 차도茶道의 정신을 논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차선일미茶禪一味사상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차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존재하여 왔다. 그러다보니 차는 사람들에게 마시는 것으로서의 음료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정신을 갊은 동반자로 수용되었다. 특히 불교에서 선禪의 정신과 결합하게 되었는데, 차를 마시는 것과 선을 하는 것을 동일한 차원에서 간주함으로써 마침내 차선일미사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차선일미가 어떠한 문화적 배경과 사상적 성격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깊이 논의되지 못하였다.

이 책은 차와 선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예컨대 조주선사를 비롯한 선사들의 선문답 속에서 차는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규명함으로써 차의 정신세계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원래 강연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지만 내용상의 균형을 위하여 학술논문도 적절히 편집하였다. 그래서 어떤 면은 학술적인 분위기도 다소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선문답을 재미있게 분석한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강연은 원래 하나의 주제아래 계획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내용이 일관되지도 않을 뿐더러 차선철학에 관한 체계적인 서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차와 선이라는 두 가지 범주를 과히 넘어서는 것은 아니어서, 이 책을 읽게 되면 필자가 지향하는 ‘차선철학’의 세계를 일부나마 엿볼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의 형식은 하나의 주제를 맥락에 따라 짧게 잘라 편집하였으며,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정리하였다. 따라서 독자들은 글을 무작위로 한 꼭지씩 골라서 읽어도 좋고,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이어가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차와 선을 함께 즐기는 길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차의 정신세계를 육우의 <차경茶經>에서부터 찾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후 불교와 도교를 넘나들면서 차의 정신세계와 통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들을 탐색하였다. 또한 불교 선禪의 발생과 과학적인 원리,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어떻게 선을 향유할 것인가 하는 점들에 대하여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였다. 예컨대 조주선사의 ‘차나 마시게’라는 화두를 다양하게 분석하여 선사들의 차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조명하였다.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차와 선에 얽힌 정신세계를 수월하면서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정순일 교수는 원광대학교 정역원 원장으로 있으며 대학원 예다학과와 선명상치유학과 주임을 엮임 했다. 저서로는 <화엄성기사상사>, <인도불교사>, <성리와 성리선>등이 있다. 골든북스. 값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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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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