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 츠우엔, 다이호안 찻집

혼자하는 교토여행 두번째 임형택l승인2018.04.14l수정2018.04.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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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지 츠우엔찻집

우지에 도착한 저는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직감했습니다. 하루만 있다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요. 그도 그럴것이, 오전11시부터 4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이곳 가게들의 오픈 시간은 너무 짧았고, 5시간안에 전부 구경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이왕 왔으니 최선을 다해봐야죠. 안타까워 할 시간도 아까웠던 저는 우지역 바로 앞에 있는 첫 번째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우지 첫 방문 찻집은 <츠우엔>입니다. 우지에서 제일 오래된 찻집이에요. 850년쯤 되었다고 하는군요. 정말 대단하죠.

▲ 25대 츠우엔찻집사장

도대체 몇 명의 주인이 이 가게를 물려받아 온 것일까요. 간단히 시음을 하고 추천해주는 말차를 하나 구입했습니다.사실 주인장에게 한잔 꼭 얻어마시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나더라고요. 일단 한보 물러나 배를 채우고 다시 도전하기로 했지요.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제일 가까운 회전초밥집에 들어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퀄리티도 꽤 괜찮았어요. 전의를 가다듬고 다시 용기를 내여 <츠우엔>을 찾아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 앞 테이블에 앉아도 되는지 정중하게 물어봤습니다. 친절하게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시기도 하고 차를 내어주시기도 해서 한시름 놓고 즐거운 시간을 잠시 보냈지요. 사진의 저분이 츠우엔 24대인지 25대인지 오너입니다. 여기서 이 두레박이 가장 유명인사라고 해요. 예부터 우지강 다리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기른 후 그걸로 찻물을 해왔다고 하는군요. 지금에야 강물을 떠다 바로 끓여 마신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겠지만 작은 두레박 하나에 얽힌 스토리를 상품화하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내어주시는 차를 몇 잔 즐기면서 이 근방에 이렇게 차를 마시는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만복사>라는 절에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 일본에 전차를 보급한 만목사

택시를 타고 물어 물어 만복사에 도착하긴 했는데 외국인들에겐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주변이 휑합니다. 갑자기 어떻게 되돌아가야 하나 막막해 지더군요. 기사님께 물어보았지만 설명을 해주신 하시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일단 생각보다 무척 규묘 있는 절이긴 했습니다. 견학생도 꽤 있길래 여기서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기대했건만. 부처님이 아니라 꼬량주에 그려져 있는 배불뚝이 아저씨 상이 있는 것을 보고 잠시당황...스님으로 보이는 분께 여차여차 물어보니 차 체험은 안된다고 하시고...

되돌아갈 길도 막막한데 왜 이런곳을 추천했을까 그 주인장이 원망스러웠죠.어쩔 수 없이 길에서 한참이나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만복사는 우지에 처음으로 전차를 보급시킨 절이라고 하더군요. 교토에 있는 많은 절 중에서 특이하게 이절만 중국 양식을 띄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였습니다.

제가 보고 당황했던 천왕전의 포대화상은 원나라 승려로 먹을 것을 커다란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굶주린 아이들에게 나눠주어 자비의 상징이자 미륵불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다고 합니다. 당시에 짜증이 좀 났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곳에 발걸음을 하고 왔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위로가 되었지요.

▲ 다이호안찻집에서 다도체험

일단 우지에 대한 정보를 좀 얻어야겠다 싶어서 우지관광센터에 들렀는데요. 차 관련 유파들이 돌아가며 봉사를 하며 운영을 돕는다고 합니다. 녹차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였던 우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안에 들어가면 자판기가 있는데 녹차가 무료로 나옵니다. 우지지도와 함께 체험 상품들을 소개하는 리플렛도 구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한번 들러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우지시에서 운영하는 전통찻집 <다이호안>에서 다도체험도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 마침 한국 관광객들이 가신다길래 살짝 껴서 동행하기로 합니다. 다이호안은 관광안내소 바로 옆에 있는데 1인당 체험비5,000원 정도로 일본의 차를 경험할 수 있어요. 사실 거의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에 처음 차를 접하시는 분들에겐 놓치면 아까운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분위기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함께 체험하는 시간이다 보니 사진을 찍는 것도 많이 조심스럽더군요. 같이 가신 분들은 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인데도 무척이나 진지하게 임하셔서 분위기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엄숙했습니다. 소담한 다과와 차를 나눠마신 후 다도체험을 이끌어주신 분과 기념사진도 찍고 마무리.

▲ 다이호안찻집에서 다도체험하는 필자.

짧은 인연을 뒤로 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뵤도인>으로 향했습니다. 10엔짜리 동전에 새겨진 절이라고 하니 일본을 대표하는 절이라해도 무방하지요.육성으로 감탄이 쏟아져 나올 만큼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뵤도인 뮤지엄>으로 들어가는 입구인데요. 이끼 낀 돌벽과 오버스럽지 않은 사인물의 조화가 마치 하나이 작품같습니다. 구경하느라고 뮤지엄과 절 내부 사진은 촬영금지라서 찍을 수가 없었어요. 내부도 정말 멋있습니다. 우지에 가신다면 꼭 둘러보고 가셔야할 곳인 것 같아요.

▲ 뵤됴인

바로 이어 <간바야시 순쇼>라는 400년된 찻집으로 이동했는데 와 여기는 진짜 좋은 차들이 많습니다. 와인으로 치면 만원짜리부터 최상급 와인까지 전부 모아둔 곳이죠. 역사가 입증한 만큼 싼 것도 품질은 괜찮습니다. 다행이도 20g씩 소량으로 파는 차가 있어서 제가 소화 가능한 선에서 최상급 차들을 조금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선물도 하고 하나씩 제가 먹기도 하려구요. 옆에 박물관도 있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나카무라 도키치>라는 찻집인데 여기도 1859년 오픈했다고 하니 159년쯤 되었네요. 100년 정도는 이제 뭐 놀랍지도 않습니다. 이집은 수레바퀴님이 좋아하는 집인데요 아마도 제일 고급으로 유명한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토에 분점도 여러곳 있고 다양한 말차 관련 디저트들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가루차와 호지차등 몇가지 구입해서 나왔네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음식도 체험도 할꺼리가 참 많은 곳이었는데 아쉬웠습니다.

▲ 400년된 간바이슈 찻집
▲ 159년된 나카무라 도키치 찻집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 아침 남은 오전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신사구경 뿐이었죠. 묵었던 료칸에서 걸어서 15분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다는 <우지가미 신사>를 보기위해 아침 일찍 나와서 걷기 시작했는데요. 진짜 저기보이는 저분 딱 한사람 지나갔습니다. 못해도 30분은 족히 걸은듯 한데. 이쯤되면 벌써 보였어야 할 다리는 온데간데 없고 자꾸만 산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한참을 더 걷다보니 펼쳐지는 녹차밭. 이상하긴 했지만 관광객듸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듯한 녹차밭을 만난 게 기쁘고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을 몇장 찍고 또 계속 걸었어요. 그런데 점점 가면 갈수록 나무들이 빼곡하게 우거진 깊은 산속으로 자꾸 들어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다시 거꾸로 한참을 내려와서 다시 지도를 보니 제가 묵었던 료칸 바로 앞에 있는 다리 건너편이더군요. 도대체 전 뭐에 홀려서 산쪽으로 갔던 걸까요. 한 시간 가까이를 헤매고 돌아왔는데. 허탈한 웃음이 났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나오는 <우지신사>입구. <우지신사>도 아름답지만 바로 뒤에 <우지가미 신사>가 있습니다. <우지가미 신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래되고 날은 신사였지만 곳곳에 가득 낀 이끼들 마져 세월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 교토여행중 우연히 만난 차밭

<뵤도인>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그 아름다움과 의미는 긴 말이 무색한 곳이었어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에도 한동한 이상하게 만복사와 그 녹차밭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더군요. 지금와 돌이켜 보면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저 헛걸음 했다면 투덜댔던 그 곳이 우지에 전차를 처음 보급시킨 의미있는 절이었다는 사실도 말도 안되게 바로 옆에 있는 다리를 두고 한시간 넘게 엉뚱한 곳을 헤매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 녹차밭이었다는 사실도 말이지요. 특히 길을 잃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그 녹차밭은 정말 묘했어요. 길을 잃어 조금은 무섭고 긴장된 와중에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전생에 그곳에 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처음인데 처음이 아닌것 같은 그런 느낌. 아무도 없는 녹차밭을 마주쳤던 그 순간 그 냄새 바람 기운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생생합니다. 생일선물로 온 여행인걸 하늘도 알았던 걸까요. 돌이켜보면 무언가에 이끌리듯 기분좋은 우연이 계속되는 여행이었어요.


임형택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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