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각 유파는 나름대로 저마다 선호하는 합리적 법도를 운용한다. 어떤 유파가 옳고 어떤 유파는 잘못됐다고 평가 할 수 없다. 법도를 확립한 규격기준의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잣대를 쉽고 편하게 하는 데 두어야 한다. 팽주와 손님이 같이 쉽고 편하게 차를 다리고 마시는 게 좋다. 동양의 사고(철학)는 세상 만물이 음과 양으로 양분되어 있다. 서로 화和로 어울려 하나(불이不二)가 되게 하는 것 즉, 도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이를 위해 서로 쉽고 편하게 해야 한다.
하늘은 쉽게 비를 만들고 땅은 편하게 빗물을 받아들여 만물을 생성시킨다. 다회에서 팽주는 정성을 쏟아 마음 씀씀이를 잘함으로써 상대를 쉽고 편하게 한다. 손님은 팽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협조해야 한다. 불완전한 대로 사랑하는 것이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전제 조건이다. 여태껏 강조한 ‘남이사’나 ‘쉽고 편하게’라는 따위의 화두는 ‘나타난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뜻이지 결코 아무렇게나 하라는 게 아니다. ‘정성들여 잘하자’는 권유의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함이 최고의 법도임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주부들이 빵을 만든다고 하자.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만들었다간 맛이 없는 건 고사하고 영양가도 떨어지며 보기도 좋지 않는 엉터리빵이 될 것이다. 나름대로 전문가가 지도한 밀가루 반죽 비결에서 밀가루ˑ 설탕ˑ 달걀 등 배합 비율과 빵을 굽는 온도와 시간 측정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꼼꼼이 따지고 열심히 실습을 해야 한다.
그저 대충대충 했다가는 좋은 빵을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면성이나 기술을 제대로 쌓을 수 없다. 제과기술자들은 수 십년을 오로지 빵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삼아 기술을 연마한다. 이 과정은 일정한 규격 체험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로써 가장 합당한 법도(법식法式)를 터득한다. 피땀어린 노력과 수련을 쌓아 ‘일류의 빵’을 만들고 ‘일류 기술자’라는 명인이 된다. 이같이 차생활 입문자나 다도 연수자는 각 유파의 선배나 선인들이 일궈놓은 법도를 따라야 한다. 이 법도를 토대로 이에 가깝도록 수련,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길을 따름으로써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차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자신의 행차 모습이 일정하게 정해진 법도와 가깝게 되도록 애쓰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절대 필요하다. 법도와 거리가 멀면 멀수록 어렵고 괴로워진다. 모자라는 점과 불완전한 점을 부끄럽다고 하거나 기피하면 안 된다.
불완전을 깨달은 자신이나 부족함을 지적해준 상대에게 감사하고 친근감을 내세워 사랑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자신을 완전한 모습으로 발전시킨다. 불완전한 것은 완전에 가까이 이르는 도의 한 과정이다. 법도가 있는 것을 감사하고 자기의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다보면 어느새 완전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불완전한 모습을 더욱 사랑하라. 완전으로 가는 씨앗이자 과정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꼭 지켜야 할 죽로다문화원 법도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마음을 조급하게 하지 말고 부드럽게 조용히 하라. 둘째, 두 손을 써라. 손은 반드시 가지런히 해서 손가락이 벌어지지 않게 하라.
셋째, 2단계 법을 사용하라. 넷째, 좌측 선호사상을 이해하고 실천하라. 다섯째, 주두다각酒頭茶脚과 파형미를 터득하도록 하라.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불완전을 사랑하라. 갖은 시련과 실의를 극복시키는 강한 신념을 곧추세워 활기찬 삶을 영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노 윤석관의 <차는 재미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