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우뚝 서는 인간은 고독하다

임상원 귀전원歸田園 , 그림 일지 이홍기 이능화 기자l승인2017.12.06l수정2017.12.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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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불규칙하다. 삶은 또한 규칙적이다. 균형과 불균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삶이다. 일지 이홍기는 오래된 조선사발의 파편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균형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 일지 이홍기 작.

해 저물녘

임상원

강의 얼음소리 들으니 눈 내릴 듯하고/ 굶주린 매가 하늘에서 슬프게 울고 있네.

산골의 관가는 한산해 적을 서류 없고/문밖의 솔바람은 흰 바위를 쓸어내네.

어부는 추위에 떨면서 낚시 배를 버티고/태수의 관아는 높은 누각 임했구려.

강물 조금 길어다가 홀로 차 달이니/고요히 지는 해가 앙상한 가지에 걸렸다네.

겨울에 들어서는 늦가을의 정취가 '일만'이라는 시를 통해 엄습해온다. 서정적이며 생동감 있듯 사실적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임상원의 '일만'은 해 저물녘의 풍광을 노래하고 있다. '일만'은 그의 저서 염헌집 4권에 수록되어 있다. <염헌집>은 35권 10책으로 구성 되어있다. 이 중 시 부분은 1권부터 25권까지 무려 2170여 편의 시다. 위의 시 '일만'은 1676부터 1680년, 그가 근무하던 청풍부사淸風 府使 시절에 썼다. 그는 시와 차 마시기를 즐겨했던 노래하는 가객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시를 사랑했다. 2000여 편이 넘는 시는 시에 대한 창작열創作熱이 실로 대단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만'은 해질녘 풍경과 관직에 있는 자신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多數의 그의 시들을 들춰보면 노장老莊적 삶과 도연명陶淵明의 시 '귀전원' 歸田園처럼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생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높으면 높을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뒤를 돌아보게 하는 자아의식의 발로다.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내가 걸어온 길이 무엇인가, 하는 귀소본능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족의 암묵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수는 없다. 그것이 최고의 권력자든 이와는 반대의 처지 일지라도 만족은 끝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비록 수도승 일지라도 깨달음을 찾아 나서는 인내의 삶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홀로 우뚝 서는 인간은 고독하다. 인간人間이 무엇이냐?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이' 즉 '틈'이다. '틈'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피할 수 없는 간극인 것이다. 그곳에서 부터 고독한 인간의 시가 펼쳐지고 있다.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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