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배 중 바다 위 구름이 된 추사와 나무 가지 하나에 마음을 담은 초의. 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다가 보면, 우리는 해와 달이 변하듯 시간의 변화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주는 지기知己의 변함없는 마음을 만난다. 1843년의 봄 차와 함께 추사를 찾은 초의선사는 그 해 9월까지 제주에 머물렀다.

반년은 짧지 않는 시간이다. 이때 초의선사는 승마를 하다 허벅지는 허무는 복병을 만나 시간이 좀 더 길어졌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기록에서는 낙마를 하여 팔을 부러뜨렸다고도 한다. 그런 탓에 초의선사는 뭍으로 돌아가서도 한동안 몸이 성치 않았던 듯하다.

추사 역시 겨울로 접어들면서 비염이란 병마를 만난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추사는 초의선사에게 일로향실이라는 현판글씨를 보내어 위로하고, 초의선사는 편지와 함께 목련 꽃봉오리 신이와 무명 3필, 고구마와 유자 등을 보내어 추사를 위로한다. 이 시기에 쓰여진 이 편지는 <<완당전집>> <여초의> 제 21신으로 전해오다, <<벽해타운>>이 공개되면서 1844년 1월 22일 쓰여진 것과, 별지 2건이 함께 있어 두 사람이 처한 어려운 사정을 보다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별지에 나타난 차의 기록들은 추사의 차에 대한 애정과 초의선사의 차 포장 방법을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올 해는 차를 만드신 다음에 덥고 찔 때에 보내지 마시고 가을이 되어 시원해지기를 기다려 보내주시면 좋고 말구요. 항아리에 넣어서 꼭 싸서 보내주십시오. 추사

신년인사를 하는 편지에 추사는 초의선사에게 차를 만들어서 빨리 부치라고 우격다짐으로 요구한다. 그리고 사족을 단다. 다 좋은 것이 아니라 차맛이 숙성된 가을에 차를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단지에 담아서 꼭 싸서 포장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또 한 번 부탁한다.

차 봉지는 절대로 덥고 습할 때에 바쁘게 보내지 않는 것이 어떻습니까. 추사

이렇게 두 번이나 차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차포장 방법이 습기에 매우 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초의선사의 <<다신전>>에서 다도를 설명할 때, ‘딸 때 정성을 다하고, 우릴 때 깨끗하게, 보관할 때 건조하게 (採時精, 泡時潔, 藏時燥) 한다’는 것과 일치한다. 차를 만든 다음에 봉지에 담고, 그것을 다시 항아리에 담아서 단단히 포장하는 방법을 추사는 요구하고 있다.

차를 만들고 나면 만나게 되는 여름의 습도와 온도가 높은 시기를 피하고, 서늘한 가을에 차를 보내달라고 하는 것을 통해 차의 명인이었던 추사의 안목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해남 고구마가 당시에도 명품 고구마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해남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를 해남사람들은 ‘해남 물감재’라고 한다. 고구마를 한자로 ‘감저甘藷’라고 한다. 그것은 모음축약이 일어나 발음이 쉽도록 감저가 감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번역자들이 감자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차를 만드는 시기가 다가온다. 올해 차를 만들면 한지에 싸서 단지에 담아 단단히 포장해 두었다가 서늘한 가을 날 열어 보아야겠다. 여법하게 하였으면 잘 익은 차향기가 피어나리라. 그 차를 초의선사와 추사에게 올리며, 푸른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흰 구름 같은 삶 속에서 마음이 머무는 그 한 가지를 찾아야겠다.

본문역해

산 중의 해와 달도 역시 속세와 같이 새롭게 돌아옵니까? 스스로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니 시간에 따라 달이 변한다는 것을 따질 일이 없겠지요. 지난 섣달에 철을 넘긴 편지를 받아 보았더니 마음이 위로가 된답니다. 바로 묻겠습니다. 봄도 지나가는데 선사의 삶에도 길한 일이 많이 생겨서 묵은 병도 쾌차하고 머무는 곳마다 경쾌하고 편안하며 원숭이 같은 조급증도 생기지 않아 별다른 번뇌는 없는지요.

옳은지 그런지 늘 생각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일입니다. 입과 코에 생긴 풍증과 화 기운이 가라앉지 않고 극성을 부려서 고해苦海의 광경을 만들어 내는데, 본래 이것은 업의 인연業緣에서 나고 사라지는 것이니, 그것에 얽히고 감기지 않아야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선사의 작은 것에도 참지 못하는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저도 근래에 조금 수련하여 얻은 것입니다. 스님께도 만약 이 병이 있으면 같이 수행하는 무리들이 어찌 일각인들 견딜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때마침 인편이 있어 간략하게 적어서 보내니 말을 다 이을 수가 없습니다.

갑진(1844년) 정월에 이십 이 일 날 글을 써서 보냅니다.

山中日月。亦與世間回新歟。自有不變者存。又無論於時遷月化也。前臘獲見過時之書。尙以慰瀉。卽問春後。禪履吉利。夙恙夬和。隨處輕安。躁猿不動。無他煩惱。殊可念念此狀口鼻風火。不能降伏。如是熾作。苦海光景。本自是業緣中頭出頭沒。但不爲其纏繞。轉苦爲樂。不如師之小不忍。是近日稍得工煉處。師若有此病。善悅輩何以一刻耐定也呵呵。適因略申。姑不戩。

甲辰 元月 二十二日 泐便

별지역해

무명 3필을 쓰라고 보내주신 것을 받았으니 참 다행한 일입니다. 시골 어부 편에 보내주신 고구마와 유자는 모두 썩었습니다. 듣자하니 섬으로 들어온 뒤, 얼마동안 지체하였다가 섣달 말이 되어서나 전해질 것이라고 하더니 (이렇게 되었으니) 뱃사람들이 저지른 일은 참으로 탄식하고 탄식할 따름입니다. 일로향실의 편액은 편한 인편으로 보냈으니 찾아 보셨겠지요.

올 해는 차를 만드신 다음에 덥고 찔 때에 보내지 마시고 가을이 되어 시원해지기를 기다려 보내주시면 좋고 말구요. 항아리에 넣어서 꼭 싸서 보내주십시오. 이번에 선주船主가 정헌에 보내진 것은 바로 어떤 아전이 부추겨서 선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니 하니 놀랍고 한탄스러움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주와 해당 관아 벼슬아치들이 얽힌 일은 본영의 관리가 엄히 다스리기 위해 바로 (이들을) 내보낼 것이니, 보낸 편지는 해당 아전과 선주에게 찾으십시오. 사중에서 찾으려고 하면, 혹 공갈하고 위협하는 병폐가 있다면 일체 그 무리들에게 동요되지 마시고, 혹 그 곤란함의 단서가 있으면 다시 이곳으로 상세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정헌은 이런 무리들의 안목과는 똑같지 않을 것이니, (이곳 제주로 물건을) 보내주시는 일은 추후에 다시 도모하여도 됩니다. 차 봉지는 절대로 덥고 습할 때에 바쁘게 보내지 않는 것이 어떻습니까. 신이는 다시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앞 서 보내주신 양은 너무 적습니다. 반드시 두 량이 되어야 쓸 수 있는데, 비록 두 량이 안된다하더라도 얻어지는 대로 보내주시길 바라고 바라옵나이다.

白木三疋 以可用者得送 甚可幸也 漁樵所付甘藷柚子 盡爲腐敗 聞於入島後 留淹幾時 而始於臘末來傳 船人輩事 可歎可歎 一爐香室扁當覓送於妥便耳 今年則製茶後 必勿付送於炎溽中 待秋凉送之 甚佳甚佳 入於缸中 堅裹送之 今番船主之逐適正軒 直緣一吏屬之慫恿船主之致 不勝惋痛 故 船主與該吏往復營本官 使之嚴治 仍卽出去 覓納書簡 該吏與船主 似當來覓於寺中 而或有恐喝威脅之弊 切勿爲渠輩動搖 若或有作弊之端 更爲詳報於此中 爲可 正軒則不可與此輩眼同 入送追後圖之 無妨耳 茶封切勿遽付於瘴濕之時 如何 辛夷則更圖得送 爲望 前付者太少 必爲二兩重 可以入用 雖不及二兩 隨有得送 是企是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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