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갤러리 단디에서 전창현 작가의 ‘다구산책’전이 오는 12월 8일부터 12월 22일까지 열린다. 전창현의 다구 작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무유다관과 시노유약을 바른 시노 찻사발이 그것이다. 유약이 있고 없고의 두 가지 속성은 가마 속에서 자유롭게 흩날리는 나뭇재가 유약층을 저절로 형성하는 장작통가마 소성기법으로 화합한다.

무유다관은 흙 그대로의 살결을 드러내면서도 쓰임에 충실하기 위해 실온에서 최종 완성에 가깝도록 수백 차례 섬세한 손질을 거쳐 완성한다. 점토 성형부터 소성에 이르는 동안 흙 알갱이는 끊임없이 수축한다. 실온에서 공기 중에 수분이 증발하면서 수축하고 가마 속에서는 1300°C에 이르는 고온과 장시간 소성이라는 고압에 의해 더욱 긴밀하게 수축한다. 이 때 장시간 소성은 조건적인 장시간이다. 즉, 충분히 자화磁化되어 강도가 높되 출수와 절수를 담당하는 물대의 정교함이 뭉개지지 않도록 소성해야 한다. 다관 뚜껑은 작고 몸통은 크다. 작은 것은 작게 수축하고 큰 것은 크게 수축한다. 전창현은 이들이 서로 다르게 수축하는 것을 예측하고 빈틈을 줄여 합을 맞추어냄으로써 차향의 손실을 막고 보온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반대로 시노 찻사발은 숙련된 감각으로 흙기둥을 단숨에 끌어올려 최소한의 손길로 형태를 완성하고 오래도록 천착해온 시노유약으로 옷을 입힌다. 시노유는 한 가지 유약을 바르면 전체가 고른 색을 띠는 유약 일반에 비해 한 가지 유약을 단번에 시유해도 다양한 색의 변화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유변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시노유는 고온에서만 변하지 않고 실온에서도 변한다. 기껏 채를 쳐놓은 유약이 덩어리로 뭉치는가 하면 융점이 높고 냉각 속도에 예민해서 다루기 까다로운 유약으로 악명 높다.

시노유의 유변釉變과 장작통가마의 요변窯變, 곧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내는 필연적 우연의 아름다움은 유일함의 독자성을 확보한다. 치열함과 태연함이 차가움과 뜨거움이, 조화롭게 자라는 전창현의 ‘다茶구의 숲’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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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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