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이홍기. 가을차항아리.
일지 이홍기. 가을차항아리.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세월이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거친 황야에서 익어갈 줄 모르고 불에 활활 타고 있다. 우리의 차는 지금 어떨까. 조는 듯, 자는 듯 조용히 숨죽이며 속으로, 속으로 익어가고 있다. 오늘 아침 일찍 가을편지가 왔다. 오랜 세월을 견딘 잘 생긴 항아리에 ‘내 품에는 차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2017 일지一止. 늙은이’라는 편지가 도착했다. 멀리 유배를 떠났다 돌아온 추사가 안온한 마음으로 초의에게 보냈던 편지가 떠오른다. 우리의 삶을 평온하게 하고 자유롭게 했던 우리의 차는 어디에 있는가. 모두에게 한번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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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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