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속삭이는 떡갈나무 바람소리

윤봉구의 '정자 아래 물가를 노닐며' 이능화 기자l승인2017.10.10l수정2017.10.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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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지 이홍기의 '가을'.

윤봉구는 권상하의 문하에서 수학한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 - 조선 숙종 시기, 수암 권상하의 문하에 있던 여덟 사람의 유학자. 한원진, 이간李柬, 윤봉구, 채지홍蔡之洪, 이이근李頥根, 현상벽玄尙璧, 최징후崔徵厚, 성만징成晩徵)의 한 사람으로 호락논쟁湖洛論爭의 중심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이간과 한원진에게서 구체화된 심성론心性論. 이간의 학설은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서로 같다. 후일 이재李縡와 박필주朴弼周에 이어져 ‘낙론洛論’이라 불리었다.

인성과 물성은 서로 다르다는 한원진의 주장은 윤봉구와 최징후崔徵厚로 연결되어 ‘호론湖論’으로 지칭되었다. 윤봉구의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형성 이전에 부여되는 천리天理는 동일하나, 일단 만물이 형성된 뒤 부여된 이理, 즉 성性은 만물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생애는 사회적·현실적 활동보다 심성론을 주로 한 성리학자로서의 입론立論에 치중했으며, 저술의 내용도 경전의 강의나 주석 및 성리설이 주를 이룬다. 위의 시는 병계선생 문집2권 시 부분에 수록되어있다.

위의 시 역시 심성론에 치중한 윤봉구의 사상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근심과 홀로 사색하는 이. 자연의 소리에 반응하고 그 속에서 호흡하고자 하는 이. 구름, 날개, 연기, 안개, 바람소리, 갈매기, 홀로 자리한 배. 그는 이 매개체를 통해 자연이 되고자 한다. 속세를 벗어난 한 인간을 추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상理想의 인간이다. 그리하여 차에 취한 자신의 모습으로 만족하고자 하는 것이다. 홀로 사색하는, 존재하는 한 인간이기에.

가을이다. 차가 그리운 낙엽의 시기. 사색과 나만의 세계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풍요의 계절. 거기 차의 세계가 있고, 그 맛을 음미하는 인간이 있다. 누구나 탐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 그 영역에 좋은 동반자 차가 있다. 바람과 같은 가을이기에.

                                       글 이능화 기자

정자아래 물가를 노닐며 要與沿洄亭下

윤봉구

三盃一笑卧雲邊/ 山水吾今却有緣/未必天行能化羽/脫然塵去是爲仙.

烟霞積氣連呼吸/楓槲寒聲雜寤眠/短棹鷗汀容與返/ 晩茶淸興欲翩翩

세잔 마시고 구름 베고 누우니 참 좋아/이제야 자연과 나 사이 인연 깊다네.

하늘나라 가기 전에 날개 돋아서/속세를 벗어나면 곧 신선 되겠지.

연기와 안개 쌓인 기운 연해 호흡하고/단풍과 떡갈나무의 바람소리 잠결에 듣네.

홀로 배 저어 갈매기 뜬 물가를 도니/늦은 차 청아한 흥에 훨훨 날 것 같다네.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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