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단색화는 색을 통해 지고한 정신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의 매체다. 그것은 내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논평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물상들을 단순한 도형으로 상징화하는 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것이 지난 15년간에 걸쳐 이룩한 법관의 회화 작업의 대강이다. 처음에는 산, 물, 풀 바위와 같은 사물들을 단순화하여 마치 탱화를 연상키는 화려하고 장엄한 색채로 형상화했으나 점차 이를 분절하고 파편화하는 방향을 나아갔다. 그는 수년에 걸친 해체의 시기를 거친 후 마침내 단색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의 단색화는 어느날 갑자기 비롯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그러니까 청과 적, 황이 주를 이루던 다색 반추상화의 시기에 그 징후가이미 내장돼 있었다고 하는 편이 옳다. 법관은 다색 반추상의 그림에서 색에 주목, 순수 추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곧 법관이 회화예술의 조형적 근간인 색, 빛, 선, 면, 점에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의 표현에서 벗어나 사의의 표출에 작품 제작의 큰 뜻을 세우고 여기에 정신의 힘을 싣는것, 이것이 바로 법관이 지향하는 화가로서의 자세일 터이다. 법관은 색을 통해 만물의 운행과 세상의 묘리를 보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서 색은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니 않는 것이다. 올미아트스페이스 기획전으로 열리는 이번 법관스님 <선>은 10월 30일까지 열린다. 02)733-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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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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