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사유와 관조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차계에 사유와 관조의 미학을 담아낸 책은 거의 없었다. 명노 윤석관 선생의 <차는 재미있다>는 불완전을 사랑하라, 파형미가 아름답다는 부제를 달고 한국차의 미학이 어디에 있는가를 천착하는 최초의 책이다. 깊은 철학적 사유속에 한국차계에 부재했던 차와 미학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명노 윤석관 선생은 이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차와 수행, 차와 미학, 차와 재미를 그리고 차와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명노 윤석관선생의 <차는 재미있다>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싣는다.<편집자 주>

차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선 수행이 된다. 차 생활 전체가 선 수행이기 때문이다. 차는 향기롭고 맛있다. 빛깔이 곱다. 차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차는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복의 길잡이다. 차는 우주만물을 화합하게하고 평화롭게 하는 신비롭고 신령스러운 존재다. ‘건강한 100세 인생’은 양생養生을 즐겁게 한 결과다. 의학의 획기적 발전과 식단의 개선, 위생시설의 개량이 성취시킨 행운이다. 건강과 직, 간접으로 관계가 깊은 차茶의 비중은 ‘괄목할 만한 경지’를 넘어섰다. 차茶의 애착, 인식도의 파급효과는 고대사회에서 유유히 흘러내려왔다. 차는 취하는 사람에 따라서 만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차는 한갓 기호음료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은 쓰기에 따라서 풍류를 이루기도 하고 예술로, 도道로 승화된다. 차는 무아無我, 무심無心에 이르게 하는 선禪과 같다. 차는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주고 인생을 참되게 살게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차 마시고 사는 일상사는 예사로운 다반사茶飯事이면서도 매우 심오한 경지다. 차를 마심으로써 3독(毒: 탐욕, 분노, 우둔함)을 씻어내는 일은 삶에 아주 중요하다. 차를 마셔서 얻는 깨달음의 경지는 속계와는 달리 또 다른 특별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이것을 시간의 제약을 초월하고 인지人知를 뛰어넘은 해탈의 경지라고 했다.

차는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의례儀禮를 행하는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찻잎을 딴다거나, 차를 만든다거나, 다기茶器를 만지고 진열하거나, 다실茶室을 꾸미고, 차 정원을 거니는 따위의 행위는 차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차를 마시며 꽃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시詩를 감상하거나 아니면 시를 짓거나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세계다. 이 차 저 차를 마시고, 이 그릇, 저 그릇을 만지다 보면 재미가 난다. 다실마다 멋있고 다회마다 흥미롭다. 차茶는 재미있다. 도깨비 방망이 같다. 모자라는 것, 부족한 것, 불완전한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한다. 비뚤어지고, 어그러지고, 거친 것이 예쁘게 보인다. 삿된 사람을 참되게 하고, 악한 사람을 착하게 하고, 못난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차는 참 재미있다. 마음이 탁한 사람을 깨끗하게 하고, 정신이 시끄러운 사람을 고요하게 이끈다.

중국 후한後漢 시대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노인이 차를 팔고 있다. 그는 항상 항아리(단지) 한 개를 가게에 걸어놓아 ‘호공壺公’이라 불렸다. 그는 가게를 닫으면 그 항아리에 들어갔다. 호공과 친구인 비장방費長房이 어느 날 항아리에 같이 들어갔다. 그 속에서 온갖 환희가 넘치는 광대한 궁전을 본다. 그야말로 별천지고 선경仙境에서 장방은 호공에게 극진한 환대를 받는다. 호공은 선인仙人이었다. 장방이 그에게 선술仙術을 전수받고 한동안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십 수 년이 흘러 돌아온 그를 보고 온 식구가 놀란다. 호중壺中, 즉 항아리 속은 재미있는 별천지였다. 세속과는 달리 시공을 초월한 자재무애自在無涯하고 유유자적한 경지다. 호중의 세계는 별천지나 선경仙境이라는 뜻이다. 깨달음의 경지를 비유한 오경悟境이다. 중국 후한(後漢ˑ25~220)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인 ⟪방술전方術傳⟫중 ‘비장방전費長房傳’에 실려 있는 선인호공仙人壺公의 고사다. 호중壺中이란 좁은 장소라는 뜻이다. 이런 곳에서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생활하는 도인道人의 경지가 호공의 삶이다. 깨달음의 경지는, 속계와는 달리 특별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차도 항아리와 같이 별천지의 재미있는 세계를 펼쳐낸다. 차는 참 재미있다. 차는 도道다. 불완전을 사랑하고 파형미가 아름답게 보인다.

필자는 50여년 차를 마셨다. 조금도 물리지 않는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황차 등등, 온갖 차를 다 갖추어 마시고 즐겼다. 차들은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그걸 즐기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 나의 차장茶欌에는 여러 차들이 제멋대로 뽐내고 있다. 이 차들을 마시다보면 환희가 넘치고 황홀한 지경에 이른다. 찻잔과 다기들도 이것저것 갖추다 보니 제법 많아졌다. 큰 것, 작은 것, 중간 것, 흰 것, 검은 것 등 빛깔도 여러 가지다. 찻잔도 여러 가지고, 차관, 숙우, 물 항아리, 퇴수기 등 모두 가지각색이다. 매끄러운 것, 까칠한 것, 삐뚤어진 것, 심지어 깨어진 것 까지도 애정이 간다. 이들을 마시고 만지다보니 재미가 있다. 차 마시는 자리도 옥내의 여러 다실과 실외의 다양한 찻자리가 생각난다. 다실 꾸미고 갖추는 일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이 다회 저 다회 동참하다 보니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흥미롭다. 다회를 주최할 때는 어떻게 하면 훌륭하고 거룩한 다회를 기획하고 운영할까 하고 고심한다.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도록 애쓴다. 이게 다 재미다. 또한 다회 중 시를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또 다시茶詩를 짓는 게 참 재미있다.

필자는 20대 후반, 차의 고장인 하동 처녀와 만나면서 차를 접하게 되었다. 그 후 기자시절 대만 사람으로부터 차를 선물 받고 우리나라에도 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차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려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40대 초반 군부에 의해 강제퇴직을 당했고 차를 업業으로 삼을 기회가 왔다. 그간 차 생활인으로써 열심히 마시고 후학을 가르치는 차 생활 지도자 길에 들어섰다. 우리 다도교실에서 3,500여명을 수료시켰다. 다도 사범도 200여명 양성했다. 여생을 차와 함께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차의 깊은 뜻과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 차의 맛과 흥, 차와 함께하는 수행과 다도 등을 다루었다. 갖가지 차의 죽로 행차법과 다시 등을 실었다. 특히 ‘불완전을 사랑하고 파형미가 아름다움’에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았다. 차를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는 초심자를 위해 이해를 도우도록 애썼다. 차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노 윤석관>

출판기념회는 오는 9월 10일 낮 12시 부산시민회관 1층 전시실에서 제3회 죽로다문화회 소장 다기 전시회와 함께 연다. 명노 윤석관 선생은 부산일보 편집국 부국장겸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엮임했고, 1980년 죽로다문화원 다도교실을 개원한 후 3500명의 수료자와 200여명의 다도사범을 배출 한국현대차문화대중화에 이바지 했다. 단오절 광복로 차문화축제를 제정 운영했고, 드라머다회 춘향전, 심청전, 홍현주 일가다회등을 다수 연출 공연했다. (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과 고문을 엮임했고, 부산차인연합회 차인상, 명원국제차문화대상, 부산시문화상등을 수상했다. <차생활입문>, <불완전을 사랑하라>,< 다도, 그 선과 삼매경지><한.중.일 차문화 비교>, <선시 감상에 대하여>, <원효사상과 차정신>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죽로다문화회회지(18권), 죽로회원 시집등을 발간했으며 현재 죽로다문화원 대표, 죽로다문화회 고문, (사)부산차문화진흥원 고문, 부산차인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차와문화. 값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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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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