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이홍기의 '차 마시는 조주노인'.
일지 이홍기의 '차 마시는 조주노인'.

성철스님에서 조주선사까지, 이 책은 37인의 위대한 선승들의 목숨을 건 구도求道 이야기를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들 선지식들의 치열한 구도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모험담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판타지다. 그리고 이들이 마침내 부처의 눈을 얻어 새로이 그 려 보이는 세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황홀경이자 진토와 고해를 떠도는 우리에게 유일한 탈출의 좌표가 되기에 족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지혜와 해탈의 경지가 책 속에 넘실거린다.

여기 소개된 37인의 선승들은 초조 달마에서 시작된 선禪의 법맥을 지금의 한국에까지 면면히 잇고 있는 대선사들이다. 인도인 달마가 중국에 전한 선의 본령은 신라와 고려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로 넘어왔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고 실답게 전승되고 있다. 그 맥을 따라가는 여행은 짧지만 강렬해서 눈 돌릴 틈이 없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걷는 이들 수행자에게 유일한 도반이 있었다면 그것은 한 잔의 차茶였다. 선으로 차를 마시고 차로 선을 했던 위대한 선각자들의 수행기는,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바라보는 오늘의 우리에게 사표가 되고 지남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은 성철스님에서 조주선사에 이르기까지, 선의 맥을 이어온 큰스님들의 이야기를 쉬운 이야기로 풀어서 전달하고 있다. 선禪이 무엇이고, 선사들의 득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렇게 도달한 새로운 세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성철과 청담 등 현대의 고승들은 물론 고려와 조선의 큰스님들, 중국 선불교 초기의 선사들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로써 선의 맥이 어떻게 전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공자학을 연구하고 다산 주역을 전공한 저자는 KBS 라디오에서 <고전의 향기>를 맡아 오래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모은 『人生 9단』을 냈다. 그 외에 『인문학의 꽃 생생주역』, 『주역의 멋』, 『주역의 맛』, 『주역 그리고 다도의 속멋』, 『공자 님의 다도강좌』, 『풍류다도』 등이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동아대학교 대학원,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 다도와 주역을 가르치고 있다.

도서출판 이른아침.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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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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