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의 감평을 해오면서 제 나름 지키는 철칙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구입한 차에 대해서는 예외지만, 국내에서 구입한 차의 경우 의뢰해 오는 분들께 구입처와 구입가격 등에 대해서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차에 대해 다가가기 위해서이지요. 다만 생산 년도나 고수차 여부 및 차산지 등, 판매 시 판매자가 제공한 기본 정보 정도만 제공 받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판매 가격에 영항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들로서, 판매자가 정직하게 정보를 제공했는지, 의뢰인이 그 내용에 합당하게 구매 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지요.

지난 주, 지방의 한 의뢰인께서, 제가 쓴 『보이차에 꼴리다』를 읽고 난 후 자신의 차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몇 가지 종류의 보이차 샘플을 보내오셨는데 주로 70~80년대의 생차들로 흔히 노차라고 하는 놈들입니다. 노차를 주로 판매하는 분들은 “세상은 넓고 차는 많다.” “돈이 없지 차가 없냐?”라고들 말하지만 영구 보존이 가능한 자사호 같은 차도구와는 달리, 먹으면 똥이 돼서 사라지는 소모품인 차가 어디서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혹 똥이 차로 부활해서 나타난 건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일단 머릿속을 정갈히 하고 하나하나 감평에 돌입해 봅니다.

(사진1)80년대 후반 생차/산차를 우린 후의 엽저입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차이나는 2가지의 갈변도를 보여줍니다. 노차를 어느 정도 마셔본 사람이라면 이 엽저 사진을 보고 당연히 다음과 같은 합리적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나이의 찻잎인데 왜 갈변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 정상적으로 제작, 보관된 차라면 전체적으로 거의 일률적인 갈변도를 보이는 게 당연하니까요.

사진에 보이는 엽저 중 90% 정도를 차지하는 밝은 색상의 엽저가 이 차의 정상적인 나이로 대략 2010년 이후 가공된 모차입니다. 그런데 판매자는 이 차를 왜 1980년 대 후반 차로 판매를 했을까요? 일단 진하게 나오는 탕색 때문입니다. 보이차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 입장에서 보면 탕색은 가히 진년의 노차라고 해도 크게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하게 나옵니다. 그 해답은 어두운 빛을 띤 10% 정도의 엽저에 있습니다. 크게 정리해 보면 이 차는 2010년 이후 제작된 모차에 진한 탕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소량의 수상한 찻잎을 섞어놓고 순진한 소비자들에게 대략 30년 진기의 노차라고 판매한 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노차의 탕색을 조작해 내는 소량의 찻잎의 정체를 밝혀드리겠습니다. 여러 컷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탕색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리지는 못하지만 이놈을 한 모금 하고 나면 혓바닥을 포함한 입안 전체에 까끌까끌한 이물감이 남습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는 기분 나쁜 이물감은 대개 비정상적으로 찻잎에 접종된 유해한 곰팡이류가 원인이므로 이런 곰팡이류가 녹아들어 있는 찻물 역시 수색이 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2)진한 색을 띠는 엽저를 골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엽저의 표면을 덮고 있는 흰 물체의 정체는 뭘까요? 당근 유해 곰팡이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지난번 설명해 드린 번압차가 머릿속에서 ‘탁’하고 떠올라야 하는데... .이제 마무리 정리합니다. 앞서 이놈은 2010년 이후의 모차에 정체불명의 찻잎을 소량 혼합해서 탕색을 조작한 후 80년 대 후반의 생차로 위장 판매된 놈이라고 했죠? 그런데 탕색, 맛, 엽저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나이를 조작하기 위해 투입된 원흉이 바로 <번압차>로 판명이 됩니다. 제가 다소 교양 있게 말하느라 번압차를 원흉으로 몰았지만 실제 조작의 진짜 원흉은 돈에 눈이 먼 사악한 인간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차와 관련된 사람 중 누가 가장 나쁜 사람입니까?

1. 번압차의 제작자.

2. 번압차를 혼합해 판매한 최초 판매자.

3. 이 차를 구해 국내에서 유통한 판매자.

1번의 제작자와 2 번의 중국 내 판매자는 제가 알 바 없지만 제가 경험한 바 대부분의 3번 판매자들은 판매 시 여기저기에 있는 정보들을 긁어모아 편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단한 전문가인 양 인상을 심어주어 구매에 막강한 영향을 주지만 막상 제품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면 대개 “나는 보이차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고 속아서 구입, 판매했다.”등의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문제는, 본인은 모르고 팔았다 주장 하더라도 만약 번압차의 나쁜 곰팡이로 인해 소비자가 건강상의 해를 입거나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을 알면서고 팔았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에 해당하므로 형사 상 처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판매자가 그 피해를 예상했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판매자는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80년 대 후반의 정상적인 차라면 시중에서 거래되는 일정 수준의 가격이 있게 마련인데 그보다 형편없이 싼 가격에 거래가 되었다면 분명이 정상적인 차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요. 아무리 변명한들 하늘이 알고 자신이 아는 것이지요. 결국 세상은 속여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는 얘깁니다. 폐일언하고, <상도>의 한 구절로 서둘러 마무리 합니다.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南 谷 김중경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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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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