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조풍호와의 악연과 필연

김중경의 아침을 깨우는 보이차이야기 김중경l승인2017.06.26l수정2017.06.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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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의뢰 받은 새로운 버전의 억조풍호입니다. 의뢰인은 티벳 여행 중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보이생차가 월진월향越陳越香을 고갱이로 하는 후발효차의 유전자를 운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상 골동보이차로의 신분세탁을 위해 짝퉁보이차를 만들어 내는 인간들의 아이디어는 시간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버전의 짝퉁차를 접할 때마다 짝퉁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JQ(잔머리 지수)에 가히 감탄이 나올 정도지만 그런 제품들은 곳곳에 허술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속담에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막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형국은 ‘한 포졸이 열 도둑을 상대해야할 상황’인지라 ‘보이차 CSI’를 자처하는 제 입장에서 억조풍호와의 끊임없는 악연은 필연입니다.

억조풍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두가지 관점에서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첫째, 포장의 재질입니다. 초기에 등장할 때는 골동차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돼지 창자로 포장을 했다는 등의 정보를 퍼뜨리다가 이후 양이나 야크 등 주로 동물의 가죽 등으로 포장을 했지요. 때로는 청조말의 무덤에서 출토되었다는 이미지 연출을 위해 가죽에 일부러 물을 뿌려 얼룩진 모습을 조작해 내기도 했는데 이는 차가 가지고 있는 강한 흡취력을 간과한 지극히 어설픈 조작이지요. 가죽 냄새가 강하게 밴 차는 음용하기엔 너무 역겨운 상태가 될 거라는 걸 놓치고 있는 겁니다.

둘째, 포장 속에 숨어 있는 내용물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버전들은 대개 조잡한 숙차가 들어 앉아 있었습니다. 1973년도에 개발된 조수악퇴 기법에 의해 제작된 숙차를 200년 전의 골동차로 변장 시키려한 졸작의 혹세무민에 우매한 사람들이 부화뇌동한 꼴이지요. 위에 언급한 간단한 지식만으로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놈인데, ‘혹시나’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눈이 멀게 되서 상식적인 판단마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 포장지의 재질과 내용물의 확인을 위해 포장지를 절개한 모습입니다.

첫째, 포장지의 재질부터 확인에 들어갑니다. 이전에 가죽 포장한 놈들처럼 일단 우피지로 속 포장을 해 이중으로 포장을 했군요. 대략 보기엔 거의 양피로 포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꺼운 종이에 기름을 잔뜩 먹인 종이 재질입니다. 마치 과거에 우리 한옥의 방바닥을 깔 때 니스를 반복해서 바른 장판 재질처럼 딱딱한데, 역시 화학성분의 기름 냄새가 상당히 역겹습니다. 가죽에서 종이로 탈바꿈을 시도했지만 차의 흡취성을 무시하고 있는 짝퉁 장인들의 수준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둘째,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해괴해 봅니다. 표면으로 올라온 찻잎의 모양을 보면 원료로 쓰인 찻잎은 보이차가 아니고 호남성 안화현에서 생산 되는 천량차의 모료입니다. 결국 이 최신 버전의 억조풍호를 보면 이들이 갈수록 제작 단가를 줄이는데 좀 더 머리를 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Thomas Gresham이 제창한 "Bad money will drive good money out of circulation" 즉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이론입니다. 보이차 시장에서 이와 같은 엉터리 짝퉁 차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면 보이차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자질이 뛰어난 제품이 오히려 외면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보이차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보이차를 보급하는 선량한 판매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뿐 아니라 결국은 좋은 차를 만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인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선 보이차에 대한 절대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훗날 보이차로 사업을 하려고 도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보이차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보이차는 ‘마시는 것’이지 ‘모셔두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이차는 ‘투자 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죠.

 

 

 


김중경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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