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리나라에서 발효차가 생산되고 있나요?

답)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 중에는 발효차가 없습니다.

매일 성차사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나누는 대화 중 가장 빈도가 높은 화제는 단연 발효차 이야기입니다. 어제도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초보 입문자 한 분이 찾아와서 그 분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문)“요즘 어떤 차를 주로 드시나요?”

답)“발효차를 주로 마시고 있습니다.”

문)“보이숙차 말입니까?”

답)“아니요. 지리산 쪽에서 만든 국산 발효차를 마시는데요.”

누차 말씀 드리지만 발효라는 개념에는 미생물의 개입이 필수입니다. 게다가 특정 우세균이 단독균으로 작용해야 발효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김치의 발효과정에는 ‘유산균’이 우세균으로 작용하구요, 청국장의 발효는 ‘바실러스균’에 의한 단독발효지요. 보이생차의 후발효나 보이숙차의 발효과정엔 ‘아스페르질러스니가’라는 곰팡이가 우세하게 작용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산화 변화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서는, 국산 소엽종 찻잎으로 가공한 산화변화차를 오랫동안 발효차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선뜻 입장을 바꾸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엄밀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자신이 발효차라고 부르는 차에 산화효소에 의한 변화 말고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관여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언어는 언중들의 묵계가 선행되지 않는 임의적 변개가 불가능한 특성인 불가역성(사회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언중들의 묵계가 전제 된다면 신생, 성장, 사멸하는 가역성(역사성)도 동시에 갖습니다. 그동안 발효라는 용어를 사용해온 관성 때문에 선뜻 바꾸고 싶지 않겠지만,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인간은 사유의 힘을 통해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에 호모-로퀜스의 특징이 더해졌지만 이 둘의 관계는 상보적이라서 역으로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심화, 확장하는데 절대적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현대의 상대주의 언어학에서는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5천만이 국산 발효차→산화변화차로 바꿔 쓸 때까지 우공(愚公)의 이산(移山)을 위한 삽질은 계속됩니다.

보이차 품평가.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보이차에 꼴리다>저자 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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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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