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 찻잎에 담구다

이능화 기자l승인2017.04.27l수정2017.04.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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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꽃눈.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지개다. 봄날이다. 생명들이 호흡하는 그런 계절이다. 절기로 보면, 봄은 겨울과 여름사이의 계절이다. 봄은 일상적인 인간사의 비유어로 보자면 희망을 그리고 있는, 파란 만장한 젊은 날의 인생. 청춘의 나날들이다. 이처럼 봄은 모든 꿈들의 시발점이다. 봄이 있기에 삶의 작은 소망들이 시작 되는 계기가 되어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숨죽인 자연계가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내 비추는 시기다. 즉 흙, 땅이라는 대지가 용솟음치는, 활력의 계절이다. 무릇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삶의 욕망들이 가득 채워지는 동력의 시기다.

곡우 전에 어린 찻잎은 눈을 뜨고 右穀兩前茶

                           이호민(李好閔:1553~1634)

찻잎은 곡우 전에 새싹 트는데

오의 누에 첫 잠 먹이 딸 때라네.

구리 맷돌에 푸른 운유 가루 나고

자기 항아리엔 파란 좁쌀 알 모았네.

동자가 달이는 솥의 물 끓는 소리 늦고

시옹은 오래 자서 목이 탄다네.

오지 사발에 차 마시고 시어를 생각하니

땀구멍이 넓어져서 앉은 자리 풀이 젖네.

위의 시는 이호민의 봄날이다. 곡우穀雨는 봄비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것이다. 그렇다. 곡우는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깨는 시기인 것이다. 화자는 어린 찻잎을 따는 시기 봄누에, 춘잠春蚕 먹이 딸 때라고 이야기 한다. 어린 찻잎은 맷돌에 간, 파란 좁쌀 운유차를 이야기 하고 물 끓는 소리를 생황과 벌 소리에 비유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그 맛을 향유하는 자신의 무거운 몸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봄날을 맞은 화자의 즐거운 나날들이다. 봄이 왔는데 인간들의 소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의 마음들은 혼돈의 나날들이다. 정조正祖는 말했다. 모기를 미워한다고.

 

모기를 미워하다憎蚊 - 춘저록春邸錄

不現其形但遺音(불현기형단유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내면서

乘昏游嘴透簾深(승혼유취투렴심) 어둠 틈타 부리 놀리며 주렴 뚫고 들어오네

世間多少營營客(세간다소영영객) 세상의 많은 식객들 끊임없이 웽웽대며

鑽刺朱門亦底心(찬자주문역저심) 권세가에 들락거리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인가

 

모기보다 더 나쁜 것은 인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디 있으랴. 끝없는 욕망은 자신의 존재를 잊게 한다. 아我 라는 존재를 넘어 타인他人의 존재는 없는 것이다. 사람, 무서움의 극치다. 망각의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사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존재 인 것을. 봄날 차 한 잔을 음미하며, 활기 넘치는 세상을 꿈꾼다. 새 생명이 호흡하는 대지의 영령들, 봄날의 씨앗이 꽃눈으로 발화하는 생명의 계절을 노래하리라.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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