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오룡차를 마시는 차茶모임에 갔다가 참석자들 사이에 ‘오룡차가 발효차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 중 중국인 차茶선생은 “발효차가 맞다.”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웁니다. 그 분이 내세우는 논거는 단순히 “우리 중국에서는 그렇게 한다.”였습니다. 차茶선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시비에 끼지는 않았지만 그 분은 다른 분들에게 강의를 하는 입장인지라 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크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차의 본질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가장 그릇되게 사용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이므로 꼭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릇 차를 마시는 분이라면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차를 분류하는 데 많이 쓰이는 기준 중 하나가 발효醱酵라는 용어입니다. 이를테면 녹차는 비발효차, 오룡차는 반발효차, 홍차는 완전발효차, 보이차는 후발효차 등으로 구분하는 겁니다. 

발효fermentation,醱酵란 간략하게 말해서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이릅니다. 그러나 사실 녹차, 오룡차, 홍차 등에는 발효의 기본 조건인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차엽 내의 단백질인 산화효소가 작용하여 차엽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산화변화가 나타날 뿐입니다. 따라서 녹차, 오룡차, 홍차 등에는 발효라는 말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관습으로 인해 발효라는 말을 관성적으로 써왔고, 그 산화된 정도에 따라 비발효, 반발효, 완전발효 등으로 나누어 왔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준은 오랜 세월 잘못된 관습이 굳어진 것으로서 오늘날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합니다. 

예컨대, “홍차의 발효와 보이차의 발효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문장은 과연 정확한 표현인가요? ‘발효’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식함으로써 지금까지 잘못 사용되어 온 표현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차를 발효의 관점에서 최초로 설명하고자 했던 이들은 서양의 학자들입니다. 19세기 초 영국이 홍차 제조를 시작할 당시, 홍차를 제조하는 과정에 산화 효소에 의해 차엽이 적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미생물이 관여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발효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홍차의 제조 공정 시에 발효가 일어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홍차를 발효차라고 명명했던 겁니다. 

1890년 일본의 Y. Kosai라는 학자가 홍차 제조 과정을 관찰 하던 중 녹색의 찻잎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하고 역시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같다는 학설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과학적 실험에 의해 이는 잘못된 학설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홍차의 제조과정에서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류가 고착되면서 용어를 바꾸기가 쉽지 않게 된 겁니다.

여기서 다시 보이차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문)오룡차나 홍차가 발효차가 아니라면 보이차는 발효차인가요?

답)어떤 보이차는 발효차이지만 어떤 보이차는 후발효차입니다.

보이숙차는 조수악퇴라는 쾌속인공발효 과정을 통해 발효가 완성되어 출시됩니다. 하지만 보이생차는 발효가 전혀 되지 않은 채 출시되어 시간이 갈수록 발효가 진행 되므로 후발효차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 아스페르질러스니가aspergilusniga라고 하는 유익균이 작용하여 맛과 향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보이차를 발효차라고 규정하는 것도 그릇된 것이지만 모든 보이차를 후발효차로 규정하는 것 또한 부당한 것이지요. 6대 차류 가운데 흑차는 후발효차를 일컫습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보이차를 흑차로 분류해 왔는데 이것 또한 바로 잡아야 합니다. 위의 문장을 이해하신 분이라면 보이차 중에서도 생차만 흑차로 분류해야한다는 걸 눈치 채셨을 겁니다. 결국 온전한 의미의 발효차는 6대차류에 속하는 모든 차 중 보이숙차가 유일합니다. 간단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좀더 세심한 분류가 필요함에도 그간 너무 무성의한 분류가 통용되어 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일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분이 오룡차의 제다 과정에 미생물이 작용한다고 반론을 제기해 주셨습니다.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논거 제시가 필수입니다. 오룡차를 발효차라고 믿고 계신다면 발효 과정에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작용하는 지 밝혀 주셔야 합니다. 글 성차사진품보이차 남곡 南谷 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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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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