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도에 홍콩 상인들의 요청으로 쿤밍차창에서 제작 출시한 철병입니다. 1940~50년대 보이차의 수출이 본격화되자 ‘중국차업공사윈난성공사’는 중차패中茶牌브랜드를 만듭니다. 이 중차패 브랜드의 포장지는 당시엔 수출 전용의 고급차에만 사용되어 대부분이 해외로 판매되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설적인 인급印級차인 홍인의 포장지로 사용된 연유로 흔히 홍인이라 부르는데 현재에도 동일한 포장지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지 요. SNS를 통해 이 차를 소개했더니 어떤 분이 “나한테도 그 차가 많다”라고 하십니다. 며칠 후 그 분의 차를 한 편 가져오게 하여 품명을 했더니 디자인만 유사할 뿐 내용은 천양지차입니다. 흔히, 보이차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사람들이 우를 범하는 대표적인 경우지요. 홍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뿐 그 본질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홍인이라는 포장은 단지 名에 불과할 뿐, 반드시 그 부實와 상부하지는 않다는 얘기지요.

보이차를 품명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포장지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런 연후에 차를 우려 향, 색, 미 삼 요소를 기준으로 음미 한 후 마지막으로 엽저 분석을 통해 찻잎의 원료, 가공, 보관 상태 등 세 가지 요소의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차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차는 홍인이 맛있어,”라는 표현을 쉽게 내 뱉습니다. 40~50년 대에 만들어져 제대로 보관된 오리지널 홍인에 관한 평가라면 누구도 부정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위의 사례와 같이 홍인의 포장지를 가진 어떤 차의 맛을 모든 차에 적용 시키는 ‘성급한 일반화’의 귀납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칭긍정’이 ‘참’이라고 해서 ‘전칭긍정’이 항상 ‘참’일수는 없는 것이지요.

포장지는 보이차를 싸고 있는 형식에 불과 합니다. 원료, 기술, 보관 등 보이차의 내용에 의해 포장이라는 형식이 결정되는 것이지 그 역은 참일 수 없습니다. 겉치장만 보고 어떤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처럼 포장만 보고 보이차의 본질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지 않는 한...

가마귀 검다하여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여말 선초의 학자 이직의 시조로 표리가 부동한 사람들을 꾸짖고 있는 내용입니다.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중략)만 인용하면 윗글의 주제와 통하는 바가 있겠습니다.

굵직굵직한 차청들에다 황편까지 다양한 등급의 차청들이 고루 병배되어 당당한 포스를 가지고 있어서 그 맛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뛰게 하는 멋진 놈입니다. 일반 포병과 달리 각진 모서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놈은 철형이 아니라 목형 철병이라 긴압이 다소 느슨한 감이 있습니다. 16 년의 세월 동안을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단련해온 내공을 농밀하게 뿜어내 줍니다.

포랑대엽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성적인 선 굵은 맛이 일품입니다. 보이차 특유의 단맛은 물론이구요. 열 여섯 해를 거치며 형성된 진향에 철병 특유의 쇳내같은 맛뿐 아니라 깊이 있는 다양한 맛과 향이 첫 탕부터 입안을 가득 채워 마시는 이를 차에 취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철병은 긴압 시 강한 압력에 의해 차청 속의 차물질이 밖으로 훨씬 많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발효가 될수록 굉장히 다양하고 깊은 맛을 보여줍니다.

이 놈은 철병의 특성과 좋은 환경에서 16년 동안 보관된 차가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의 맛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신 분이라면 좋은 진년차의 표준으로 한 편쯤 드셔보시길 강추 합니다. 포랑지역의 고수차와 대지차가 병배된 차로 보입니다. 진년차를 고르실 때의 첫 번째 기준은 고른 갈변도입니다. 한 차에서 나온 엽저라면 당연히 일률적인 갈변도를 가지고 있어야지요. 그 담이 엽저의 온전성과 탄력성인데 삼박자를 고루 다 만족시키는 놈입니다.

<보이차에 꼴리다>저자 성차사진품보이차대표 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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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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