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차는 단순히 갈증을 달래는 음료가 아니라 경험과 전통을 전파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의 가치와 의미를 너무나 가볍게 여긴다. 차에 미쳐 차 사업을 시작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차의 역사와 전통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수백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박애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차의 현재와 미래를 재조명했다.

어디서든 주위를 둘러보면 차를 마시는 사람이 한 명은 꼭 있을 정도로 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다. 그런데 도대체 차란 정확히 무엇일까? 음료? 다이어트 보조제? 만병통치약? 신비주의 의식에서 사용하는 환각제나 피부에 바르는 약도 차라고 할 수 있을까? 꽃과 허브는? 아니면 그저 그런 가공식품의 하나일 뿐일까? 우선 일러두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여러 허브차나 가향차는 진정한 의미의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차는 차나무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만들어진 ‘녹차, 백차, 홍차, 황차, 흑차, 우롱차’를 말한다.

차의 기원은 히말라야 산맥 북부 구릉지대에서 사람들이 차나무 잎을 약으로 씹어 먹던 것에서 출발한다. 중국에서 차나무 잎을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몇 백 년 전의 일에 불과하다. 이런 기술 발전은 찻잎을 오랫동안 두고 우려 마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차를 먼 곳까지 보급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때를 맞물려 중국에서 차 재배 농가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다원마다 독자적인 재배, 가공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었다. 현대인에게 친숙한 다양한 차들은 바로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탄생하고 전파되고 개량되어 왔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수백, 수천 가지 차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바로 찻잎 한 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물, 다관, 불은 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물은 차의 맛과 풍미를 좌우한다. 어떤 물로 차를 내리느냐에 따라 같은 차라도 맛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다관은 차의 맛은 결정하는 것은 물론, 행다법에 따라 쓰는 다관이 달라지기도 한다. 불은 물의 온도를 결정하는데, 물의 온도는 그 미세한 차이에 따라 차의 특정한 맛이 더 많이 우러나오거나 아니면 덜 나오게 한다. 차를 내리기에 좋은 물은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관과 물의 온도는 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따르니 다르게 적용해서 차를 내린다면 더 깊은 차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또한 약간씩 변형을 주어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차 맛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차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차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어떻게 구분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차의 중요성을 어떻게 한마디로 정리해야 할까라는 단순한 고민에서 출발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차의 복잡다단한 진짜 모습을 속속들이 드러내줄 것이다. 진짜 차 전문가이든, 그저 차가 좋아 즐겨 마시는 애호가이든, 인류 역사상 가장 고급화된 농산물에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이 책이 배움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정말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차칵테일까지도 말이다. 각 차의 종류 별 채엽부터 건조까지, 찻잎이 차가 되는 모든 공정을 설명하고, 주요 차 생산지와 생산지에 따른 차의 차이도 언급한다. 그리고 차 특유의 맛이 나게 하는 차의 화학적 조성의 변화를 알려주고 있다. 물, 다관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맞는 차를 찾는 법, 보관법, 차를 느끼는 법, 행다, 이렇게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책 말미에는 각 나라 별 홍차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 현대적인 차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 여러 종류의 냉차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 다식, 다양한 차칵테일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가 실려 있다. 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은지 아마 놀랄 것이다. 차의 힘과 매력은 찻잎이나 찻잎을 우린 물 혹은 눈에 보이는 차의 효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게 범인류적 공감대를 깨우친다는 데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이 점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시그마북스. 값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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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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