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어느덧 긴 세월이 흘렀다. 철없던 고등학교때 흙을 만지기 시작해 30여년이 흘렀으니 말이다. 지나온 시간을 회고해보니 도력 30년에 장작가마 10년이다. 시대도 변했고 나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차와의 인연이다. 처음 흙을 만질 때 다도구와 인연을 맺었고, 30년 세월동안 떠나지 않고 내 곁을 지킨 것이 바로 다도구들이다. 그러나 그 다기들과 친분을 맺기는 매우 어려웠다. 다기는 쉬운 듯 하면서 어려웠다. 단순해 보이는 기형이지만 그 기형속에 나만의 차별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서 다기는 나에게 늘 작업의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 줬고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런점에서 다기는 지금도 미래에도 내 작업의 중심일 것이다.

이번 초대전은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 전통속에서 현대미를 찾고자 했던 지금까지 노력의 결과물들을 총 정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기를 중심으로 그 동안 추구해왔던 작품들을 한꺼번에 내 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백자를 시작으로 분청, 적토, 김해오토등으로 다관, 달항아리, 화기등으로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선과 면을 통해 우리시대의 사람들의 옷에 맞는 기형들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런점에서 이번 초대전에서는 지금껏 내 자신이 추구해온 우리시대 조형성 전형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로서 현대 차인들 도자기애호가들과 함께 감응할 수 있는 우리시대 삶의 문화를 담은 도예의 세계를 창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초대전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30년 결산과 미래 30년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이다. 이번 초대전을 위해 그동안 체득해온 모든 것들을 쏟아 부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작가세계에 대한 오롯한 나의 열망 때문이다. 작가는 늘 새로운 곳을 향해 갈 때 작가로서 생명력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런점에서 이번 초대전은 나를 새롭게 각성시켜 한발짝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작가정신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강호제현의 질책을 바란다.

月仁임용택 林用澤

오픈닝은 2월 2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 밈. 010-6766-1250. 070-7761-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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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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