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의 매화. 향산재 제공.
통도사의 매화. 향산재 제공.

높은 집은 맑고도 고요한데,

그윽한 흥이 근래에 더하누나.

창은 따뜻해 매화가 막 피고,

밭은 쌀쌀해 푸성귀가 돋지 않았네.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다가,

식사뒤에 노동의 차 마시네.

만사를 온통 버려두니

사람들이 은자의 집이라 부르네.

                               유방선의 <산중생활>

차 한잔 마시며 갓 피어나는 매화를 즐길 수 있는 매화의 계절이다. 하늘과 땅은 서로 소통하며 봄을 슬며시 밀어넣는 신호로 옷도 입지 않은 매화나무에 꽃망울을 보낸다. 거친 세월의 풍파에 단단해진 몸 사이로 피어나는 매화의 향연은 화사한 봄의 전령사다. 매화는 거대한 우주의 순환고리를 상징한다. 차 역시 우주며 자연이다. 차 한잔을 마시고 새롬 새롬 피어나는 매화를 보며 봄 햇차를 기다려 본다. 세상은 거칠고 사납지만 자연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매화를 즐기며 차를 마시는 차인의 모습이 폭풍우같은 세상에 여유를 준다. 차 한잔. 봄 한아름.

일본의 매화. 향산재 제공.
일본의 매화. 향산재 제공.

유방선(1388-1443)은 조선시대 선비로 민무구의 옥사에 연좌되어 청주로 유배되었다. 1415년 풀려나 원주에서 지내던 중 참소를 받고 다시 영천에 유배되었고, 1427년 풀려났다. 원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서거정, 한명회, 권람등 문하생을 길러냈다. 시학에 뛰어났고 저서로 <태재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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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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