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음식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생존 수단일 뿐만 아니라,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 이상의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즐겨왔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생존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고 계급이 발생하면서부터는 고급스런 음식이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신간 『미식의 역사』는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여러 형태로 변모해온 미식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매개로 과거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먹었는지 살펴보는 흥미로운 지적 여행을 선사한다. 예술 작품에 묘사된 부엌과 식사 장면, 음식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인류가 오랫동안 사랑한 고기, 생선, 채소, 과일, 디저트 등을 추적해나간다.

이 책은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의 유래와 다양한 사연을 세세하게 밝혀낸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유럽인은 고기를 최고의 음식으로 생각한 반면 채소를 생으로 먹는 것이 위험하다고 여겼다. 지금은 대표적인 웰빙 음식인 샐러드는 가난한 서민 음식 취급을 받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귀족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되었다. 인간이 채소가 몸에 건강하다고 이해한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셈이다. 파이는 흔히 디저트로 인식되지만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는 실용적인 용도로도 만들어졌고, 르네상스 연회에서는 살아있는 새를 넣어 유흥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술 작품에서는 부패와 낭비를 경계하는 상징으로 읽히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포도주를 유리잔 외에도 금속잔, 도자기잔, 가죽잔 등 다양한 잔에 부어 다채롭게 즐겼다. 지금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맥주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에게 사랑받아왔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맥주의 여신을 따로 섬길 정도였다.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폭넓게 들여다본다.

이 책은 예술 작품을 미식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삼는다. 구석기시대의 신비로운 동굴벽화부터 메소포타미아의 석판,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시대의 도자기, 중세시대의 프레스코, 르네상스의 정물화 등 기나긴 인류 역사 속에서 탄생한 다양한 예술품을 총동원했다.

이 책에 나오는 180여개의 아름다운 작품은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과거 식문화에 대한 훌륭한 단서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로마 시대 귀족은 집과 별장을 채소와 과일을 묘사한 벽화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스시대 도자기에는 어느 미식가가 까다롭게 생선 부위를 고르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중세시대 프레스코에는 귀족들의 화려한 연회가 묘사되어 있고, 르네상스의 정물화에는 날것의 채소와 과일부터 화려한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 책은 미술 작품에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과거 사람들이 어떤 미식 문화를 향유했는지 보여준다.

음식의 맛과 향을 사랑하는 미식가라면, 이 책에 나오는 미술 작품을 보며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 다양한 미술 작품을 사랑하는 예술 애호가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식문화를 통해 예술 작품을 더욱 풍부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간 역사와 문화를 한층 더 풍성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탁월한 책이다. 박성은역. 푸른역사. 값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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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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