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과 기록을 외면한 빈곤한 시선으로 탐구되어 전해져 왔다. 현모양처, 교육의 어머니, 군국의 어머니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500년이 넘게 왜곡되어 온 인물로 우리 역사에서 사임당만큼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언급되는 여성은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임당은 과연, 얼마만큼 진실인가?

강원도의 대표 작가이자 동인문학상부터 최근의 동리문학상까지 다수의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이순원이 문헌을 뒤지고 강릉 산천을 직접 걸으며 밝혀낸 사실들로 사임당의 삶을 재조명한다. 숙종의 시, 소세양의 『양곡문집』, 어숙권의 『패권잡기』 등 소설 속에 스며 든 역사적 사실 하나 하나는 독자들에게 사임당에 대한 오해의 묵은 때를 벗겨줄 것이고 막내 아들, 이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인간 사임당의 희노애락을 전해줄 것이다.

사임당은 손녀들이 차별 없이 교육 받길 바라며 ‘천자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어 책을 만들어 주는 외할아버지와 아들딸 구별 없이 재산을 분배하고 남매가 함께 제사를 모시도록 한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이러한 열린 가풍 속에서 자란 그녀는 ‘세상 사람 모두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하는 당찬 소녀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자신의 당호를 짓고 여성 예술가로 재능을 펼치며 보기 드문 주체적인 길을 걷는 여인이었다.

조선 제일의 여류 화가가 된 것도, 아들 율곡을 대학자로 길러낸 것도 ‘아녀자’의 한계를 벗어나 학문과 기예를 익힌 ‘여성’으로서의 삶을 꿋꿋이 살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책은 아내, 어머니, 며느리이기 이전에 자신을 귀하게 여긴 현명한 여인이자 예인으로 남은 주체적인 여성, 사임당의 이야기이다. 노란잠수함.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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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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