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선을 다해 과학과 예술을 하나로 녹이는 것을 목표로 할 뜻이 있다. 바로 예술사가 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나에게는 또 다른 유리함이 있다. 고궁박물원에서 일을 하므로 언제나 그림을 볼 수 있고, 이 보물창고에서 많은 보물들을 발굴해 중국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엮고 논리적으로 새로 배열해 세계에 선양할 수 있다. 중국 회화사를 외국 사람이 쓰게 하는 것은 중국인의 치욕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 일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이 일의 관건은 문자로 된 기록인데, 중국 미술사는 처녀지나 다름없어 발굴해야 할 자료들과 노력해야 할 것이 무척이나 많다. 그렇기에 이 길에서 나는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나에게 30년의 시간을 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 길을 달려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갈 것이다.”

1957년 12월 25일,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이림찬(李霖燦) 연구원은 44세가 된 생일날 일기에 이렇게 자신에 대한 약속을 적었다. 그는 1984년 국립고궁박물원의 부원장직을 마지막으로 40여 년간의 박물관 근무를 마쳤고, 이후 3년의 시간을 들여 평생의 연구 자료, 강의 경험, 박물관 근무 경력을 한데 녹여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1987년 세상에 선보인 이 책, 『중국미술사』로 그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30년 만에 지킨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17년에 이 역작의 한국어판이 나오게 되었다. 책을 번역한 장인용은 국립대만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이림찬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 수십 년 전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의 기억을 되살리고 선생님의 시원스런 목소리를 생생히 되새기며 설렘 반 걱정 반 번역을 해나갔다. 원고 분량이 많은 것에 더해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줄 주석을 꼼꼼히 달며 정성을 기울이느라 2011년에 시작된 번역은 3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그리고 이 귀한 원고가 편집자,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며 다듬어지고 책의 형태로 만들어지기까지 또다시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이림찬 지음. 다빈치. 값 150,000원

SNS 기사보내기
이능화 기자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