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하면 맛처럼 애매모호한 것이 없다. 맛은 지극히 객관적이면서도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입이 천개가 있으면 같은 맛을 두고도 천개의 맛이 된다. 같은 음식 한 가지도 어떤 이에게는 맛있는 음식인가 하면 어떤 이에게는 거북한 맛으로 맛없는 음식인 것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 가운데 하나이다. 맛은 단순히 맛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서 오는 경험에 의한 맛과 맛을 보는 각자의 감각의 정도에 따라 느끼는 감각적인 맛으로 인해 지극히 복잡해 진다.

차의 경우도 역시 그렇다. 예를 들면 중국의 차 중에 정산소총이라는 홍차가 있는데 차를 완성시킬 때 소나무 연기를 쏘여 훈증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짙은 소나무 연기 향으로 인해 흡사 ‘정로환’이라는 약 냄새가 나는 듯하여 익숙해지기가 어려운 차이나 이 차가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독일의 식습관에 의한 것으로 우리는 연기 냄새가 나는 음식에 익숙하지 않으나 독일 쪽은 훈제요리가 발달되어 훈연의 향을 즐기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차를 만들 때 쓰는 연료로 장작이나 숯을 사용 했는데 장작을 쓸 경우에도 되도록 바싹 마른 나무이고 같은 나무일지라도 연기가 적고 연기의 향이 강하지 않은 것을 썼었다.

그래서 소나무 장작은 피하고 연기가 적고 불땀이 좋은 참나무 장작을 썼는데 어쩌다 여의치 않아 연기가 많은 나무로 차를 만들면 차에 연기 냄새가 배, 윗 사람들에게 책 잡히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적이 있다. 덧붙여 한 가지, 지금도 전통차는 장작을 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불은 솥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의 하나로 더도 덜도 아니기에 솥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냄새 안나는 어떤 연료를 사용해도 괜찮았다. 어떤 먹을거리를 두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잘 익었다.’라는 말이 있다. 사과를 말 할 때 잘익은 사과는 사과, 덜 익은 사과는 풋사과라고 하고 김치도 덜 숙성된 김치는 풋내가 난다고 한다. 풋의 의미는 덜 된, 애송이, 생 풀, 생나무잎 등의 의미로 쓰이는 접두어이다. 이르지 못한, 조금 덜 된, 완전하지 못한 그런 의미로 단어의 앞에 붙여 쓴다.

우리가 일상에서 좋아하는 맛은 어떤 것일까? 그 해답은 평상시 많이 쓰는 맛에 관계있는 말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선호하는 맛을 알 수 있다. 쌀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어느 값진 요리로 비교하기 보다는 밥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같은 쌀로 밥을 짓는 것 조차도 각 나라마다 다르고 그만큼 좋아하는 밥맛의 차이가 난다. 우리는 찰기가 있어야 좋아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들은 푸석한 밥을 좋아한다. 그만큼 밥 짓는 방법도 차이가 나기마련이고 차도 역시 선호하는 차맛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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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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