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차를 마시는 차인 그리고 그 차를 마실 수 있는 차실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진주를 중심으로 우리시대 차인과 차실에 대해 인문학적 담론을 열어가는 책이 연달아 출간됐다. 한중차문화연구원 심재원 원장이 출간한 《맑은 차 한 잔》《바람 부는 차실》이 그것.

《맑은 차 한 잔》은 현대 한국 차문화 운동의 발상지인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차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었던 묻혀가는 차문화 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해보는 기회를 마련한 책이다. 《맑은 차 한 잔》은 진솔하고 따뜻한 차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주를 중심으로 한 차회의 원로 차인부터 소박한 일상을 일구며 차를 즐기는 이들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교육자, 성직자, 도예가,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으나 이 책에서는 대부분 ‘차’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가 만난 차인들은 “차의 삿됨이 없는 세계는 차인의 정신과 같고, 단아한 차인의 향기는 차향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 가장 위안이 되었던 존재가 바로 ‘차’였으며, 가만히 차 한 잔을 마실 때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알게 되었노라 고백한다. 단순히 기호식품으로 차를 즐긴다고 해서 차인(茶人)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다. 홀로 있을 땐 청아하고, 더불어 있을 땐 조화로워야하며, 안으로는 차가운 깊이가 있어야 하고, 밖으로는 온화한 품을 가질 때 비로소 차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맑은 차 한 잔》은 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 소개된 차인들은 오랜 차생활을 했음에도 차도구에 욕심 없이 소박한 차 생활을 꾸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결코 차도구에 신경을 빼앗겨 정작 차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란 없다. 차를 과시나 욕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생의 도반으로 삼아 즐거움을 누리는, 진정한 차인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그중에는 악양 산방에서 차를 만드는 시인도 있고, 흙을 빚어 다기를 만드는 도예가, 운수납자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속세에서 한발 비켜서 차를 마시며 욕심을 깨끗하게 비워낸다. 차를 마시며 사는 삶을 차인들은 청복(淸福)을 누린다고 하는데 《맑은 차 한 잔》에 실린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청복이 있다고 해도 삶에 격랑이 없을 수가 있을까. 그 격랑의 순간에 차를 마시며 아픔을 치유하고 또 삿됨 없는 사람을 만나 더불어 차를 마시며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넌지시 알려준다.

《바람 부는 차실》은 옛 진주목 중심의 차문화 공간을 소개한 책이다. 중요한 역사성을 가진 사찰, 고택, 누각부터 일상생활을 그대로 누리는 차실, 일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찻집 명소까지 다양한 공간을 소개한다. 이 책은 점점 잊혀가는 차문화의 역사공간을 현재형으로 만들고, 비움과 드러냄, 조화와 긴장의 접점이 만나는 새로운 차실 공간의 현대적 지향점을 여러 각도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공간을 찾아가 볼 수 있도록 각 차실의 소개 끝에는 주소를 표기했고 목차 앞에 차실을 표시한 지도를 첨부해 대략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사람은 저마다 크든 작든 간에 공간을 자기화하려는 특징이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공간이 바로 또 다른 자기화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차실은 공간의 자기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차인이 추구하는 정신세계와 심미적 안목은 차실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최적의 차문화 공간은 어떠한 곳이어야 할까.

저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솔사다. 다솔사는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차문화 운동사에도 큰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다솔사에 주석했던 학승이자 차인, 독립운동가였던 효당 최범술은 한국적인 차 이론과 생활에 대해 체계를 세웠다. 비봉루, 하천재, 용호정, 봉일암 등은 역사성과 차 문화 운동의 발상지로서 의미를 가졌고, 죽영당, 두은재, 정명당, 죽향, 죽로지실 등은 다솔사에서 기원한 한국 차문화를 계승하는 현대적인 차문화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바람 부는 차실》의 의미는 진주를 중심으로한 주변 지역의 잊혀져가는 차 문화 공간을 일반 독자에게 소개함으로써 차문화의 역사공간을 현재형으로 만들고, 새로운 차실 공간의 현대적 지향점을 여러 각도에서 찾는 것이다.

저자가 무게를 두고 눈여겨본 차문화 공간 대부분은 빈방 하나 따로 만들어 둔 ‘갇힌 차실이 아니라, 텅하니 열려 있는 ‘생활 차실’이다. 차와 함께 일상의 여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바람 부는 차실》에 그대로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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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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