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의 황금기인 고려시대엔 어떤 차를 마셨을까.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제다방법 뿐만 아니라 음다풍습 역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같은 고려차의 전통을 오랫동안 연구해 복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신목神目 오동섭이다. 매월당 오동섭은 고려시대 전통단차를 복원, 현대인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제다장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 새로운 전차음다법을 선보이는 그의 눈빛은 형형했다. 차를 우려내는 그의 손은 신묘했으며, 차에 대해 말하는 그의 입은 하늘과 땅을 거닐며 맑은 차향을 뿌린다. 맑고 투명한 황금색 찻물은 시원했고 그 맛은 감로수처럼 달다. 제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온갖 차를 제다해내는 오동섭을, 그를 좋아하는 주변사람들은 '제다의 신'이라고 부른다. 그런 오동섭이 재현한 전통떡차의 이름은 '보련암차寶蓮庵茶'이다. 역사적 기록이 단절되어 있는 탓에 고려시대 떡차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는 남원차문화연구소를 만들어 관련 자료들을 찾아 고려단차를 스스로 복원해냈다. 그 스토리는 처절하고 험난할 정도로 길다.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차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솥을 걸고 1년 365일 매일 차를 제다했다. 재료를 구분하지 않았다. 차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동원했다. 나뭇가지와 뿌리를 시작으로 참깨, 들깨, 옥수수, 무말랭이 등 모든 재료들을 닥치는 대로 덖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보련암차인 것이다.

"고려시대 자료를 보면 단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형태미와 음다에 대한 접근을 통해 제다해낸 것입니다. 보련암차란 이름은 지금 매월당이 세워진 곳이 보련사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였습니다."

 

 

매월당의 차는 매우 어렵게 만들어진다. 매월당 인근 암산에 수백 년 동안 자생해온 야생차를 채취하기 때문이다. 광대한 지역에서 채취할 수 있는 하루 채취량은 매우 적다. 그러나 천혜의 야생차 군락지에서 채취된 찻잎은 그 색깔과 효능부터 다르다.

"어떤 차나 그렇듯이 원 재료인 찻잎이 매우 중요합니다. 매월당의 차는 수백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천혜의 야생차 군락지에서 채취한 찻잎만으로 제다합니다. 채취도 어렵고 제다하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차에서 풍기는 풍미와 향기는 그 어떤 차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그윽합니다."

전도유망한 과학도 였던 오동섭의 제다법은 독특하다. 유념도 기계도 쓰지 않는다. 차를 덖을 때도 오로지 깨끗한 장작불에 덖는다. 그리고 손으로 차를 비벼서 향을 내고 맛을 낸다. 단차인 보련암차 역시 마찬가지다. 차를 따고 불에 덖고 햇볕에 잘 말린 후 손으로 눌러서 차편을 만든다. 오직 차 하나면 된다는 '일생일다一生日茶'라는 생각으로 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차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차에 대한 심오한 이치나 현묘함이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호는 신목神目이다. 신목이란 정신과 혼, 마음에 평정을 가지라는 중정中正을 의미한다. 중정의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차가 바로 보련암차인 것이다.

"저는 오직 차 하나만을 생각하고 살아왔고 살아갈 겁니다. 지금도 상상 속에서 다양한 차를 끊임없이 제다합니다. 제가 만든 차는 자연의 생명정신이 담긴 것으로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차의 선봉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가 한국 차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운명적으로 남원차를 만난 그는 전통남원차복원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옛 문헌을 들춰보며 남원차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발로 찾아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 차인들과 함께 남원차연구소를 창립했다.

"남원차에 대한 운명적인 만남 탓입니다. 그리고 남원차 군락지를 찾아다녔습니다. 금지면 서매리 고리봉일대, 금지면 택내리 일대, 보절면 다산리 일대, 대강면 일대등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남원차가 선조임금에게 진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원차가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전북 남원시 금지면 매촌리 47-34 | 1566-7049 | www.보련암차.com | www.BoRyeonAmCha.com
전북 남원시 금지면 매촌리 47-34 | 1566-7049 | www.보련암차.com | www.BoRyeonAmCha.com

초가 한옥으로 지어진 매월당은 아름답다. 제다체험과 전통예절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일생일다'의 삶을 살고 있는 오동섭의 손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차의 미래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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